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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 - 네팔의 어린 노동자들을 찾아 떠난 여행
신명직 지음 / 고즈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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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인근의 역이나 버스 터미널 등지에 가보면 굳이 찾으려 들지 않아도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이주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들은 우리 가까이에 있고 그로인해 많은 사회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에서 다루는 '네팔'이란 나라의 아동 노동이 앞에 이야기한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의 원인일 수 있다. 시골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다른 나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저자가 네팔로 노동의 짐을 짊어진 아이들을 찾아 떠나게 된 계기는 '이크발 마시흐'였다. 어린 시절 부터 카펫 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다 뛰쳐나와 아동노동해방운동을 펼치다 괴한의 총에 의해 사망한 파키스탄의 소년이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3세계의 아이들은 여전히 연필 대신 망치를 손에 쥐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손에 망치 대신 연필을 쥐어 주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그들이 노동 전선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살아남기 위해서다. 비록 하루종일 일하고 100루피 (한화로 약 1600원 가량)에 불과한 돈을 받을지라도 그 돈은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하다. 책 속의 아이들은 아동 노동을 금지시키는 것에 대해 오히려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은 돈을 벌어야만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아픈 방법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점은 단순한 아동 노동 착취를 금지하는 것이 아닌 기본적으로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가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먼 이야기이다. 제도적으로 모든 기반이 갖추어지기 까지는 몇 년이 아니라 몇 십년, 몇 백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 속에 소개된 '달 뜨는 집'이 마음에 들었다. '달 뜨는 집'은 노동하는 아이들을 위한 집이지만 침대, 가구, 텔레비전, 그리고 전임 직원이 없는 4무의 원칙에 의해 운영된다.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소수의 아이들을 위한 풍요로운 시설이 아닌 다수의 아이들을 위한 장소인 것이다.


 물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기초적은 기반에 대해서는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100루피를 얻기 위해 채석장으로, 쓰레기 더미로 뛰어드는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시선과 지원도 필요하다. 아동 노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지금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나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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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하무적 돌아온 꼬마 니콜라
르네 고시니 지음, 장 자크 상페 그림,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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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썽꾸러기 천방지축 꼬마의 그림일기를 훔쳐보는 기분, 딱 그 기분이다. 완전하게 니콜라로 변신해 니콜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니콜라의 말투로 이야기한다. 거기에 장 자크 상페의 삽화가 더해지면!!! 50년 전의 꼬마 니콜라는 여전히 동네를 뛰어다니고 있다. 50년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고 그 '누구'에는 나도 포함된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라울 따뷔랭> 등 간결하고 짧으면서도 재기 넘치고 메시지까지 담고 있지만 따뜻한 시선이 주된 그 만의 이야기 방식은 정말 좋아한다. <꼬마 니콜라> 또한 그의 대표작인 것은 알았지만 접할 인연이 없었다. 최근 50주년을 맞이한 꼬마 니콜라는 영화로도 제작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출간되는 등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 물결에 따라선지 도서관에서 책들을 살펴보던 중 눈에 밟혀 꺼내어 단숨에 읽어버렸다.

 클로테르는 우리 때문에 자기가 기관차를 몰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자기는 어른이 되어서 기관차 운전사가 되고 싶었는데, 어제 생일 파티 이후로 아빠가 다시는 생일을 챙겨 주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자기는 영영 어른이 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P. 99)

 조직은 만들자마자 해산, 점심시간이면 앞에서 뒤로 그 날의 메뉴를 전달, 생일날 초대받아 간 클로테르 집에서의 난장판으로 클로테르는 아빠에게 더 이상 생일을 챙겨 주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선언까지 듣게 된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기엔 참 말썽쟁이이고 귀찮고 성가실 것 같은 녀석들뿐이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나 역시 그 말썽꾸러기 시절 꼬마 녀석으로 돌아가게 된다. 말썽, 속 썩임으로만 보이던 행동들엔 그 만의 이유가 있고 나름의 원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아빠, 선생님이 더 답답할 뿐이다.

 실컷 그 녀석들과 온 동네를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 덮였다. 너무나도 신나고, 정신없이 즐거운 순간들. 그 소중한 순간들과 마주하게 해준다. 말썽꾸러기 녀석들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 100128 - 100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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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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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우리 집엔 물려받은 200권짜리 청소년용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다. 누런 종이에 오래된 책 냄새가 나는 200권의 책은 그 당시 내 독서의 전부였다. 그 중 왠지 어려워 보이는 제목의 책은 손도 대지 않았기도 했고 몇몇은 여러 번 읽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세계 추리 걸작선' 정도의 이름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한 권이었다. 전반부엔 코난 도일의 '네 개의 서명'이 실려 있었고 후반부엔 홈즈나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단편 등 여러 작가의 단편 추리 소설이 실려 있었다. 그 한 권으로 나는 감히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 다닐 즈음에 신문에서 홈즈 시리즈가 완역본으로 황금가지에서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홈즈 시리즈를 전 권 갖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바로 서점에서 사온 책이 그 1권인 <주홍색 연구>였다.

 지금에 와서 다시 읽기까지 내 손에 참 오래, 많이 머물렀던 책이다. 처음 홈즈와 왓슨이 만나는 때, 왓슨과 악수만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군의관임을 맞추던 장면, 그런 추리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홈즈가 되짚어주는 장면, 'Rache'의 의미, 말발굽이 가득한 땅을 살피며 왔다 갔다 하는 홈즈, 의외의 장소에서 잡힌 의외의 범인. 처음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매번 신기함과 놀라움이 가득한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주홍색 연구의 백미는 2장 '성도들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에 있다. 황량한 사막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1장의 추리극과는 또 다른 미국의 서부 액션 영화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완역본을 발간되는 대로 전 권 모으겠다던 그 때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여전히 내 책장에 꽂혀있는 책은 <주홍색 연구> 뿐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계획이다. 홈즈와 왓슨의 시작이 담긴 책. 유년 시절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던 책. 그 꿈은 무색해졌어도 여전히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소중한 책이다. 

( 100116 - 100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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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비시선 161
정호승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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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아니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 100이라던가 누군가가 편집해놓은 시집이 아닌 한 시인의 이야기가 담긴 시집으로 따지자면 처음이다. 대학 입시를 위해 하나의 시를 뜯어 파헤치던 읽기와 달리 최대한 보이는 그대로 따라 읽으며 온전히 감정으로서 받아들이는 읽기를 하였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던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굳이 '억압받는 모든 대상 혹은 일제 강점하의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그 순수한 마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듯이 시는 어쩌면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이 시집을 읽기 전에 접했던 정호승 시인의 시로는 <수선화에게>가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울지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란 유명한 구절로 시작되는 이 시는 정말 마음에 들어서 작은 메모장에 적어 두고 한 켠에 '가슴 검은 도요새'라고 나름대로 생각한 작은 새 그림도 그려두고 위로가 필요할 때면 펼쳐보곤 했었다. 외로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태연한 목소리가 힘을 주었다. <수선화에게>는 나의 사춘기를, 입시 경쟁의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달래주던, 나의 학창시절을 함께한 너무도 소중한 시다.

 미안하다 / 나도 내 인생이 박살이 날 줄은 몰랐다. (P. ? <겨울밤> 中)

 어쩜 처음 한 시인의 시집을 고르면서 정호승 시인이 눈에 들어온 건 다시금 그때와 같은 힘을 받고 싶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에 담긴 정호승 시인의 목소리는 내 기억 속 <수선화에게>로 남아 있는 느낌과 사뭇 달랐다. 시에서 '이혼'이라거나 '이별'로 표현된 어떤 큰 아픔을 겪었는지 화자는 굉장한 절망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무거운 느낌이었다.

 내가 얼마나 모래를 먹어야 /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내가 얼마나 모래를 먹어야 / 소금이 될 수 있을까 (P. 44 <배가 고프다> 中)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책 한 권을 채우고도 모자를 아픔을 하나의 시로, 한 문장으로, 하나의 단어로 담아내는 일은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을까! 두 번째 시집이 나온 후 7년의 시간이 걸린 만큼 그 과정은 힘겨웠으리라 추측된다. 하지만 (1997년에 나온 시집에 뒷북치는 격이긴 하지만) 알알이 맺어낸 아픔의 덩어리들을 이 시집에 토해냈으니 그 고통도 함께 뱉어낸 것이지 않을까? 그가 노래한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이 되는 사람'처럼 그 역시 길 끝에서 새 길을 열었으리라 믿는다.

 기대와는 다른 느낌이긴 했지만 아픔을 오롯이 담아낸 이 시집도 정말 감명 깊었다. 하지만 역시 단호하리만큼 꼿꼿했던 그의 목소리를 찾아 그 이전이나 이후의 작품들 또한 읽어봐야 겠다.

( 100113 - 100120) 


> 마음에 남은 시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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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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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이발관. 그들의 홈페이지 www.shakeyourbodymoveyourbody.com에 들어가면 재밌는 그들의 일대기를 읽을 수 있다. 거짓말로 시작된 밴드. 실체 없는 밴드가 먼저 만들어지고 후에 사람이 모이고 노래를 만들고 앨범이 나왔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출발이지만 그들은 국내 모던 락을 대표하는 밴드가 되었고 2008년에 발매한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는 그 해 최고의 앨범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나 역시 '가장 보통의 존재'를 사랑하고 '언니네 이발관'을 좋아한다(비록 여기저기 걸친 다리가 많긴 하지만). '보통'이라는 명사에 '가장'이라는 부사가 합쳐진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에서 풍기는 오묘한 느낌이 좋았다.

 어른이 되면 자동으로 훈이나 철이처럼 주인공이 될 줄 알았는데 나는 그냥 여전히 석원이일 뿐이었어. (P.324)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자신을 '보통의 존재'라 칭하며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홈페이지에 올리던 일기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다듬고 또 추가해 책으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책을 펼치기 전 처음 그의 일기를 접했던 때가 생각났다. '이런 이야기까지 해도 돼?'라고 느낄 정도로 굉장히 헐벗은 느낌의 글이라고 생각되어 조금은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의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읽으면서 어쩌면 그 솔직함조차도 사실은 헐벗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한 꺼풀로 둘러싸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의 글을 읽기가 편안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산문집이고 몇 년 간에 걸쳐 써온 일기를 묶은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지는 몰라도 이야기들을 좀 더 읽기 편하게, 혹은 연관성을 지닌 이야기들로 묶거나 순서를 좀 더 잘 설정하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조금은 두서가 없는 느낌이기도 하였고 마지막에도 끝난 게 끝난 것 같지 않은 기분이랄까….

 사람은 누구나 어느 면에서건 남들보다 특별하길, 앞에 서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식들은 '신동'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나 역시 남들과는 다르고 싶다거나 이런 점에선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참 많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평범한 '가장' 보통의 존재임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남들보다 앞서려는 삶은 성과가 있을 시에는 뿌듯하겠지만 그 과정은 힘들고 지친다. 하지만 나 자신이 지극히 평범함을, 보통임을 자각하게 된다면 조금은 여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극히 보통임을 행복하기 여길 수 있기를!" 나 자신에게 한 번 더 되뇐다. 

 ( 100110 - 10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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