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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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이발관. 그들의 홈페이지 www.shakeyourbodymoveyourbody.com에 들어가면 재밌는 그들의 일대기를 읽을 수 있다. 거짓말로 시작된 밴드. 실체 없는 밴드가 먼저 만들어지고 후에 사람이 모이고 노래를 만들고 앨범이 나왔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출발이지만 그들은 국내 모던 락을 대표하는 밴드가 되었고 2008년에 발매한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는 그 해 최고의 앨범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나 역시 '가장 보통의 존재'를 사랑하고 '언니네 이발관'을 좋아한다(비록 여기저기 걸친 다리가 많긴 하지만). '보통'이라는 명사에 '가장'이라는 부사가 합쳐진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에서 풍기는 오묘한 느낌이 좋았다.

 어른이 되면 자동으로 훈이나 철이처럼 주인공이 될 줄 알았는데 나는 그냥 여전히 석원이일 뿐이었어. (P.324)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자신을 '보통의 존재'라 칭하며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홈페이지에 올리던 일기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다듬고 또 추가해 책으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책을 펼치기 전 처음 그의 일기를 접했던 때가 생각났다. '이런 이야기까지 해도 돼?'라고 느낄 정도로 굉장히 헐벗은 느낌의 글이라고 생각되어 조금은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의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읽으면서 어쩌면 그 솔직함조차도 사실은 헐벗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한 꺼풀로 둘러싸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의 글을 읽기가 편안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산문집이고 몇 년 간에 걸쳐 써온 일기를 묶은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지는 몰라도 이야기들을 좀 더 읽기 편하게, 혹은 연관성을 지닌 이야기들로 묶거나 순서를 좀 더 잘 설정하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조금은 두서가 없는 느낌이기도 하였고 마지막에도 끝난 게 끝난 것 같지 않은 기분이랄까….

 사람은 누구나 어느 면에서건 남들보다 특별하길, 앞에 서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식들은 '신동'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나 역시 남들과는 다르고 싶다거나 이런 점에선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참 많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평범한 '가장' 보통의 존재임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남들보다 앞서려는 삶은 성과가 있을 시에는 뿌듯하겠지만 그 과정은 힘들고 지친다. 하지만 나 자신이 지극히 평범함을, 보통임을 자각하게 된다면 조금은 여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극히 보통임을 행복하기 여길 수 있기를!" 나 자신에게 한 번 더 되뇐다. 

 ( 100110 - 10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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