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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강물이 되어 - 신흠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6
신흠 지음, 김수진 엮음 / 돌베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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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꺼내 다시읽고싶은 귀한 글입니다.
발췌한 글들로 독서록을 꽉 채우기는 드문 일이어서
혼자일 때마다 음미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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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홀로 있을 때는 가장 어린 셋째누나가 자주 찾아오곤 했다. 그 누나는 나보다 두 살이 더 많았고, 집안에서는 '셋째'라고 불렸다. 그녀는 참으로 별난 소녀였다.
셋째누나는 저녁때 뒷마당에 모여 앉아 온갖 장난으로 재잘거리고 즐기는 다른 누나들이나 사촌 누이들과 어울리기를 꺼렸다. 줄곧 내게만 찾아와서 옛날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셋째누나는 별과 달과 해는 물론이고 제비며 토끼, 범이라든지 가난한 농사꾼과 나무꾼들에 관한 숱한 전설과 동화를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읽는 책은 어려운 한자로 쓰인 책이 아니고, 다만 스무 자 가량으로 이루어진 알기 쉬운 한글로 쓰여 있었다. 한글에서는 한 글자가 '하늘'이니 '땅'이니 '달'이니 '해'니 하지 않고, 다만 '아' 또는 '오', '에', '가', '나'라고 한다고 셋째는 차례로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셋째는 아주 일찍이 유모에게서 글을 배웠기 때문에 그 때부터 온갖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이 간단한 우리들 고유의 글을 '한글'이라 하였고, 간단한 이야기와 전기, 소설 등에 쓰여, 대부분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부인들이 알도록 만들어졌다.

셋째는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좋아했다. 누나는 나에게 수(數)와 경축일, 제삿날 등과 그 밖의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누나가 옛날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팔짱을 낀 채 내 옆에 앉아 있을 때에는, 이내 나는 누나가 무슨 질문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사방을 무엇이라 하니?"
"동, 서, 남, 북,"
"색은 뭐라고 하니?"
"청 황, 홍, 백, 흑,"
"사철은 어떻게 계속되니?"
"춘, 하, 추, 동,"
"봄은 어떤 아름다움을 가져오니?"

누나는 계속해서 물었다. 누나는 사철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많은 문자를 가르쳐주었고, 나는 그것을 외야만 했다.
"산에는 꽃이 피고, 뻐꾸기는 계곡에서 노래한다."
"옳아! 여름에는 무엇이 아름답니?"
"가랑비가 밭에 내리고, 담장에는 버들이 푸르다."
"가을에는 무엇이 아름답니?"
"시원한 바람이 들에서 속삭이고, 시든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달이 외로운 뜰을 비친다."
"잘했어. 겨울은 무얼 가져오니?"
"언덕과 산에 흰 눈이 덮이고, 길에는 아무 나그네도 없다."
"넌 참 영리해."
누나는 나를 잔뜩 칭찬해 주었다.

-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중에서.

전혜린은 이 책, 1946년 한국인이 독일어로 쓴 소설로 그 해 가장 아름다운 독일문학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책을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함으로써 내게 얼마나 큰 기쁨과 감동을 가져다 주었는지 모른다.

그녀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않았다'를 읽으면서 뮌헨, 슈바벵 같은 먼 이국의 도시이름과 헤르만 헷세, 루이제 린저 같은 이름들을 되뇌이며 그들의 저서를 읽으면서 독일과 독일문학을 동경해서 무작정 독일어과에 입학했던 나에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동양사상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알려준 것이 독일어로 씌어진 이 책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어제 설에 친정에 가지 못하고 친정어머니와 형제자매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문득 책꽂이에서 꺼내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미륵이 먼 이국에서 고향의 셋째누나를 그리는 이 장면이 눈물나도록 아름다워서 그대로 펼쳐놓고 읽고 또 읽어본다. 천자문을 배우는 어린 동생 미륵에게 한자는 뜻글자지만 한글은 소리글자라는 걸 알려주는 어린 누이,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그 단어들을 일일이 알려주고 되묻는 어린 남매의 모습이 너무나 정겹다. 이렇게 소박하게 또 잔잔하게 동서양 문화의 차이며 동양사상의 깊이를 들려주던 그의 이야기에 가슴이 뜨거워지던 기억이 생생해서 다시 읽는 순간에도 가슴이 설레인다.

역자가 소개한 독일에서의 서평 중에서 Comstanze 에서는 이렇게 썼다.

"이 책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 아직껏 없었던 좋은 보고서다. 여러 나라에서도 갖고 싶어할 보고서다."

여기서의 '보고'는 리포트가 아니라 내겐 '보물창고'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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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유명사로 산다는 것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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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살아갈수있는 용기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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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글귀;

 다시 말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웅대한 지략을 품은 전략가가 아니라 바로 꼼꼼한 관리자다. 마찬가지로 실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관리제도가 아니라 규정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실천의식이다.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늘 강조하던 말은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큰일도 이룰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비서와 수행원들에게 언제나 일의 세부적인 면까지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대충', '아마도', '그럴 수도 있다' 따위의 말을 가장 듣기 싫어했다.

저우언라이가 외국 손님과의 만찬에 앞서 자주 주방을 찾았던 이유는 준비상황을 알아보려는 것 말고도 또 있었다.

보통은 주방까지 행차해서 하는 첫마디가 "어이, 주방장, 국수 한 그릇 말아주게" 였다. 처음에는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를 몹시 의아하게 생각했다. '조금 있으면 정성껏 준비한 맛나는 연회 음식을 드실 텐데 갑자기 웬 국수를 달라고 하실까?' 그래서 하루는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총리 각하, 식전에 국수는 왜 찾으십니까?"
"귀한 손님을 불러놓고 내가 배고프면 어떡하나. 그러면 먹는 데만 급급하게 될 것 아닌가."

자신은 먼저 국수로 간단하게 요기하고 실제 연회에 나가서는 대충 먹는 시늉만 하면서 손님이 식사를 잘 하는지 정성껏 챙기려는 것이었다.

저우언라이가 아직도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까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세심함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저우언라이는 아무리 큰일도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격언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직접 가꾸면서도 숲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줄 알았다"고 그를 평가했다.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다. 방문 세번째 날, 베이징에 눈이 제법 많이 내렸다. 그날 저녁 일정은 탁구경기 관람이었다. 탁구경기 도중에 저우언라이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딘가로 갔다. 얼마 후 돌아온 저우언라이에게 어디에 다녀왔느냐고 닉슨이 물었더니, 저우언라이는 다음 날 일정인 만리장성 유람을 위해 만리장성으로 가는 길에 쌓인 눈을 미리 치워놓도록 지시하고 왔다고 대답했다.

누구보다 디테일을 중시했던 저우언라이의 태도는 우리에게 살아 있는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국민들의 자질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교육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리란칭 전 부총리도 '리란칭 교육대화록'이라는 책에서 "배우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교육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원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돋보기를 가지고 자신을 면밀하게 돌아보고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암스트롱의 말을 빌리자면, '개개인의 자질 향상은 국민 전체를 놓고 보면 커다란 도약이다.'

이른바 '필살기'란 작은 동작을 꾸준히 연마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대가인 브루노가 말했듯이 '기업가는 정확한 경영이념과 디테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Power of Detail, 작지만 강력한 디테일의 힘, 왕중추 지음, 올림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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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터미 경제연구소 소장 이성연 박사님이 소개하신 책입니다.  

  

 

 

 

 

 

 

솔제니친은 '세상에서 단 한 권의 책만 가지라 하면 나는 주저없이 톨스토이의 마지막 저서인 이 위대한 책을 선택할 것이다'라고 했던 책, 오늘 도착해서 읽으니 한 장 한 장에 깊이를 담은 소중한 작품이군요.

톨스토이 조차도 '인류에 대한 가장 큰 사랑의 표현으로 이 책을 펴낸다'고 썼으니까요.

 

첫 페이지에서,
 

"내가 진정으로 따르는 신앙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 톨스토이

 

또 첫 번째 시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던 세번째 연,
 

'열매가 자라기 시작하면 꽃잎이 떨어진다.

영혼이 자라기 시작하면

우리의 약한 모습도

그 꽃잎처럼 모두 사라진다.'

 

정말 기가 막힌 표현이라고 감탄하면서 읽습니다.

이 가을 이 한권의 책이 나를 행복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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