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 필요해
정현정.오승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재밌게 보았던 나는 별 주저없이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바로 구매를 했다. 나는 추리소설 만큼이나 로맨스를 좋아하고 또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나 그 반대의 경우도 찾아 읽는 걸 좋아한다.

최근엔 <응답하라 1997>과 <7번방의 선물>을 책으로도 읽었을만큼.

 

<로맨스가 필요해>도 드라마로 챙겨보았던 나는 아쉬움에 씁쓸했고 그런만큼 아쉬움을 충족시켜준,

다시 태어난 <로맨스가 필요해 2012>가 더욱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열매의 무조건적이고도 멈출 줄 모르는 사랑을 응원하며 언젠가 나에게도 있었던 가슴시린 짝사랑에 함께 마음 아파 울어준 날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나는 열매와 석현의 사랑보다 열매의 새로운 사랑 지훈을 응원했었다.

비록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작가의 말에서 정현정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별의 과정'을 써보려 했다.

 모든 순간에 솔직했던 한 여자와 그 여자를 놓쳐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통의 연애가 대개 그러하듯 '마음'에 지고, '시간' 앞에서 변하고야 마는 사랑의 쓸쓸한 과정을 제대로 그려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석현과 열매는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아무리 떼어놓으려 애를 써도, 그들은 서로를 맞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작가 마저도 뜻대로 하지 못했던 그들의 사랑을 겨우 독자인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을리 없겠구나 싶은 마음에 깨끗하게 포기가 되었다. 그런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며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따라가 보았다.

 

드라마에서 처럼 여전히 열매의 사랑은 열정적이었고 거침이 없었다. 석현이 밀어내고 긁고,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내도 그녀는 참으로 용감했다. 그런 그녀가 사랑스러웠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는데, 드라마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순간순간의 석현이 내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다. 드라마에선 그렇게 그의 감정이 속속 보여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석현을 사랑하는 것 만큼이나 열매를 사랑하면서도 차마 속내를 드러낼 수 없던 석현의 깊은 고민이 소설속에 드러나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굴레를 절대 열매에게 만큼은 들켜선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선 철저히 열매를 밀어내고 상처를 주기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지치지 않는 열매라면 그런 자신의 곁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열매의 곁에 신지훈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엔 그게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열매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 하기도 했지만 결국 마음의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조용하고 사려깊은 따뜻한 지훈이기에 든든한 마음을 갖다가도 끝까지 나와 함께하기 위해 부딪혀볼거라던 열매의 말을 떠올리곤 배신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열매였으니까.

 

사실 이 부분에서 나는 석현의 손을 들어주기가 참 힘들었다. 끝까지 그녀에게 비밀을 간직한 채로 모든 걸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녀가 행복한 이 시점에서야 자신의 마음을 열매에게 고백하는 석현이 너무 이기적이어서 달갑지 않았다. 그저 열매가 힘든 사랑은 뒤로하고 따뜻하고 사려깊고 그렇게 깊은 호수같은 지훈과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 한 지금도 나는 열매와 석현의 사랑을 축복해 줄 수가 없다. 그러기엔 혼자 남아 아파할 지훈이 너무 가엾어서. 그가 겨우 열매가 석현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나무로 자라나게 했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웠다. 좋아하는 건 그런거라고. 혹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그 나무가 가뭄에 메말라 버릴까 염려되어 몇 번이나 양동이에 물을 채워 날랐던 순수한 소년. 그녀가 좋아하는 팥빙수를 가져다 주기 위해 새벽에도 마다 않고 달렸던 그를 난 잊지 못할 것 같다.

 

영상으로 함께한 그들의 이야기 만큼이나 한 자 한 자, 마음으로 짚어나가는 활자가 좋았다.

나에게도 이제 다시 로맨스가 필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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