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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여자들의 속깊은 이야기 ㅣ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2
황희연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정신이 번쩍 들 때마다 고개를 흔들며 다른 길을 갔다. 사실 나는 너무 자주 다른 길을 갔다. 그래서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처음엔 크게 대단하다거나 동경한다거나 경이롭다거나 하진 않았다. 근데 이상하게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새로운 에너지 앞에서 도움닫기를 하고 있는 여인들의 그 마음, 그 의지가 책 전체를 뒤흔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여인들은 모두들 자신이 하는 일에 한창 만족을 하다가, 혹은 별 생각없이 계획없이 살다가 불현듯, 혹은 선택의 순간에서 갈피를 못잡다가, 그렇게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 앞에 서서 인생을 다시 시작했다. 이들이 시작하는 인생은 단순히 현재의 직업에서 다른 직업으로 갈아타는 것만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일이었다. 어쩌면 인생을 다시 바로잡는 일이었다.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은 패션지 기자에서 한옥카페 주인으로, 전산실 프로그래머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특수학교 교사에서 인디 뮤지션으로, 패션 디자이너에서 동화작가로, 모두 인생을 트랜스폼 하는 여자들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별다른 계획은 없었지만 우연에 기대어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았던 나로서는, 직업을 바꾸거나 라이프 스타일을 새롭게 꾸려간다는 것이 그렇게 큰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왜?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되잖아. 그리고 "내 마음대로 스타일"은 직장생활에 익숙해지고, 나이가 더해지고, 결혼을 하면서 조금씩 어려운 일이 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 밑에서 적어도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혼자 섰다는 자체만으로 스스로를 대견해하던 시절에는 물론 생활고도 있었고 고충도 많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한다는 고통 속에 있진 않았다. 하지만 직장에서 연차가 쌓이고 그에 준하는 포지션을 요구받고, 조직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새로운 가족들을 맞아 내 가정을 꾸리는 일까지 더해지다보니 나는 더이상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겠다는 막연한 불안에 휩싸였다. 여기다 (만약에 만약에) 아이까지 생기면 이대로 영원히 내 인생 안녕. 불현듯, 숨이 꽉 막혔다.
"내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겠지?"
익숙한 일상과 편안한 환경을 제발로 걷어차고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간 여자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내 심장을 쾅쾅 두드렸는지도 모르겠다. 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고 후진하거나 급커브를 돌아 신호등도 없는 곳을 내달린다는 것은 대단히 단단한 의지와 자신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필요한 일이다. 그것을 "일단" 해낸 그녀들의 깊은 진심은 더 많은 "그녀"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부터 읽기 시작해 침대 위를 굴러다니며 새벽까지 붙잡고 읽어내려가다 마음이 선득선득해져서 혼자 맥주 한 캔을 땄다. "내게도 아직"
전 회사를 그만둘 때 상사님의 상사님은 내게 "글을 쓸 생각은 없는가?" 하고 물었다.
"아이고 저 따위가 무슨. 나중에요. 나중, 나중에."
네, 나중, 나중, 나중에요. 저 아직 준비 중이거든요. 인생을 리셋하는 그 버튼 앞에 서서, 조금씩 조금씩 준비 중이거든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1019/pimg_77482311470551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