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 빔 벤더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
빔 벤더스 지음, 이동준 옮김 / 이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한 번은 아무것도 아니다"란 속담이 있다. 

내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땐 

이 말이 꽤 명쾌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적어도 사진에 있어서 이 말은 옳지 않다.  

사진에 있어서 한 번이란, 

정말로 오직 단 한 번을 의미한다. 

- 빔 벤더스 <한번은,>

1. 내가 정말 애정하는 감독 빔 벤더스의 사진집이었다.

2. 프레임을 이해하는 종족이라 그런지 영화감독들은 대부분 사진 찍는 감각도 영상 연출력에 준한다.

3. 미국의 황량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에 집착하는 빔 벤더스의 시선을 마주볼 수 있는 기회라니.

4. 개인적으로 말이 많은 사진집은 싫다. 사족이 많게 느껴져서 자기 사진에 자신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말을 아끼는 사진집도 싫다. 사진과 텍스트가 결합됐을 때 발생하는 '이야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진집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진과 텍스트의 비율을 대단히 적절하게 유지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5. 그의 명성에 걸맞는 반갑고 반가운 사람들(가령 짐 자무쉬나 오시마 나기사, 장 뤽 고다르,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거장들)이 사진 속에 잔뜩 등장하는데 모든 프레임이 마치 낡고 오래된 영화 스틸 컷 같다. 마음이 은근하게 데펴지는 기분이다.

6. 샌프란시스코에서 대실 해밋에 관한 영화를 준비할 때 머물렀다는 사무실 사진을 보고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반가워서)

7. 짐 자무쉬의 '이것은 정물화도 아니고 초상화도 아니여' 컷은 이중노출일까, 합성일까. 가장 인상적인 컷.

8. 사진집을 볼 때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이미지에 대해 과하게 현학적인 문구들을 매달아 놓는 것. 인트로를 읽다가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끊임없이 철학적 대사들을 떠들어대는 주인공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았으나, 본문에서 이어지는 사진과 글은 아주 담백했다.

9. 텍스트에 인물들의 이름이 종종 등장해서 친절하게도 역주를 잘 달아놓으셨는데, "타이론 파워(1914~58) 배우. <면도날><태양이 또 떠오른다> 등에 출연했다." 이런식의 역주라면 꼭 필요할까?
이 배우나 감독이 누군지 반드시 알아야 할 문맥은 그닥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냥 번역가의 애정이라고 해두자.   
 

10. 불가능하겠지만, 다음 쇄에는 유지태의 추천사는 빼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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