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 같지만 멋지게 - 우리시대 청춘들을 위한 아버지의 초강력 독설충고가 시작된다
저스틴 핼펀 지음, 호란 옮김, 이크종(임익종)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데니 크레인....(<보스턴 리갈> 검색해보면 나옴 ㅋㅋ)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트콤 <Shit my dad says>가 방영된다고 했을 때 징짜 기절할 뻔 했다. 너무 좋아서 ㅋㅋㅋ 책이랑 너무 잘 어울리잖아!! 하면서 한동안 뜸했던 디씨 미드갤을 들락날락 했었다. 긍데 이 책 <shit my dad says>가 드디어 국내에 번역됐다!!! 으아아아아아. 게다가 <병신 같지만 멋지게>라는 험악하지만 센스있는 제목으로 나왔다. 아아아아아.  

기쁘고 기쁘도다! 바로 득템한 책을 후루룩 펼쳐보니 내가 좋아라 하는 이크종이 그림도 그렸고 재주 많은 녀자 호란이 번역도 했다. 그 엄청난 욕들을 어떻게 번역했을까 엄청 궁금했는데, 차마 입에 담지 못하겠다 ㅋㅋㅋ 그러나 너무나 절묘해 ㅋㅋㅋ 그러니까 이 책은, 저스틴 핼펀이라는 미쿡 청년이 동거하던 여친이랑 헤어지는 바람에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무려 29세에;;) 이 아부지가 보통 아부지가 아닌거라. 나름 핵의학을 연구하는 멀쩡한 먹물인데, 입이 거칠기가 말도 못한다. 소심한 아들래미가 그런 아부지랑 한 집에 살면서 아부지 입에서 쏟아지는 온갖 잔소리와 독설들을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했다. 근데 그게 빵터졌다. 지금 팔로워가 200만 정도 된다고;;;  

뉴욕타임즈랑 아마존에서 되게 오랫동안 베스트였는데 원서로 보자니 욕과 관용어들이 너무 많아서 못읽겠고, 혹시 번역되어 들어오지 않을까 했는데 드디어어어어. 감동의 눙물이 쥬륵쥬륵. 사실 트윗 멘션들 모아놓은 것도 좋았지만, 아들이 어릴 때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정말 좋았다. 입은 거친데 마지막엔 뭔가 훈훈한 아빠의 마음 같은 게 느껴져서 웃다가도 짠...하달까. 한 에피소드에서 가난하게 살아왔던 아빠와 엄마가 자식들에게도 가난이 뭔지 알려주기 위해 빈민 가정에서 먹는 음식을 그대로 먹겠다고 선언한다. 아들은 며칠동안 흐물거리는 스프 따위를 먹다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 엉엉 우는데 그런 아들에게 아빠가 하는 다독이는 장면이 그렇다. 

"화난 거 잘 안다. 왜 화났는지도 아주 잘 알지." 

"아니, 몰라요."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놈아, 그래봐야 넌 열 살이야. 내가 열 살짜리 마음도 제대로 모르겠냐?"

(...)  

"아들, 넌 거지 같은 음식을 일주일 동안 먹을 뿐이야. 하지만 네 엄마는 어린 시절 내내 배를 곯으며 지냈지. 네가 오늘처럼 난리를 치면 엄마 기분이 엿 같아져.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든 넌 좆도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이 되니까. 이해가 돼?" 

(...) 

"내가 어릴 때 음식은 정말 중요한 문제였어. 먹을거리라기보다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었지. 그런데 네가 그걸 갖고 짜증을 부리면 난 열받는 거지." 

"그런데 왜 아빠는 안 먹어도 돼요? 엄마는 그 맛을 벌써 알고 있는데도 먹잖아요. 아빠는 왜 안먹어도 되는데요?" 

내가 캐물었다. 아버지는 잠시 조용히 앉아 있다가 내 어깨에서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내가 1달러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거야. 난 돈을 벌려고 하루 온종일 나가서 일하거든. 넌 그래본 적이 없고." 

"그렇지만 엄마도 일하는걸요." 내가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두번째 이유다. 너희 엄마는 나보다 훠얼씬 마음이 좋다는 거지."

- p87, '감사: 닥치고 그냥 먹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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