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은 좀 손발이 오글거렸다. <유혹하는 에디터-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라니. 짧게! 짧게! 짧게!를 그렇게도 외치던 저자의 철학과 완전히 상반되는 구구절절한 제목이 아닌가. 물론 메인 제목은 <유혹하는 에디터>이니 '주제'가 길다고 볼 수는 없지만, 표지에서 부제인 <고경태 기자의 색깔있는 편집 노하우>의 타이포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 거의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표지이니 더더욱! - 그저 구구절절하달 수밖에.

어쨌거나 김학원의 <편집자란 무엇인가>가 각잡고 진중하고 심도 있게 '단행본' 편집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고경태의 <유혹하는 에디터>는 유쾌하고 사뿐하게 지극히 주관적으로 '잡지' 편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이 책을 사겠다고 마음 먹은 건 <한겨레21> 표지 때문이다. 매번 도대체 <한겨레21> 표지 타이틀을 뽑는 인간은 누구인가!가 정말 너무 궁금했었다. 나는 진정 거의 매번 표지에 '낚였고', <한겨레21> 광고에 '사기당해' 왔기 때문에, 이 기가 막힌 밑밥들을 던지는 강태공이 누구인지 언제나 궁금했다.

신문 하단에 실리는 광고는 밑밥이 특히 강렬했다. 맙소사, 너무 웃겼다. 이것이 진정 풍자와 해학인가, 싶을 정도로 읽고 나면 푸쉬쉭 웃음이 터졌다. 뭐랄까, 이 사람들 어쩜 이렇게 여유가 있지? 시사주간지 광고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유머와 풍자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콘텐츠에 당당하고 자신이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끔은 '뻥'이 심할 때도 있었지만, 밉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냥반이 그 냥반이었단 말이지? 폼잡고 있는 척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런 식의 책들은 자칫 매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감 따위를 강요하며 무겁게 짓눌린 책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사람, 편집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에서조차 힘 주지 않고 여유부리면서 할 말 다 하고 있다. 실제로 고경태 기자가 알려주는 노하우를 실천하려면 기가 막힌 헤드라인을 뽑아내는 일보다, 그 헤드라인이 데스크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내부를 설득하는 일에 더 고단함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마 한겨레니까 이 정도지, 얼마나 많은 데스크들이 이런 유연함을 수용할 줄 알까. 하지만 어차피 언론이든 출판이든, 매체에서의 기획이나 편집은, 결국 '내부 설득'이라는 험난한 산을 가장 먼저 거쳐야 하고, 대부분 이것이 왜 '먹히는가'에 대한 논리를 펼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필요한 부분이니 그냥 그것은 '기본' 과정이라고 치자.

이 노하우라는 것이 사실 별 거 없다. 저자의 스타일대로 진정, '편집이 대수냐'.
1. 여유, 2. 유머, 3. 차별성, 4. 언어 감각. 아주 쉽다. 쉽나? 말은 쉽다. 사실 대부분의 일들은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아는 것을 실전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 노하우들 가운데 꼭 한 가지만이라도 실천해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덕목은 바로 '유머'와 '재미'다. 뭐든 너무 무거우면 가라앉기 마련. 무거울수록 사뿐히 나가자.

근데, 회사 어르신들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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