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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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김홍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초반부터 몰입되었다.

주인공 '장'은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10년 사귄 여자친구와는 결혼을 약속했지만 파혼했고 친한 친구와 손절했으며 아파트 15층에 살지만 하필이면 엘리베이터가 며칠째 고장이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노골적인 압박이 그를 억누른다. 그밖에도 장을 옭아매는 빡침의 포인트가 줄줄이 드러난다.

장은 어느날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꼬박 하루 동안 자신의 차 트렁크 안에 갇혀 고난을 겪지만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풀려난다. 과연 누가 그를 납치했는지 의문을 갖고 스토리를 따르게 된다.

단순히 납치 미스터리로만 소설이 진행되었다면 평범했을 텐데 갑자기 여기저기 출몰한 말뚝들로 인해 독특한 분위기가 펼처진다.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정리될까 싶은 궁금증이 커지는 작품이다. 한국 사회가 겪은 다양한 트라우마가 등장하고 결국 호의와 진심이 이긴다는 훈훈한 메시지도 있다.

장이 트렁크에 갇혀 듣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시그널 음악을 묘사한 글이 정말 웃겼다. 그밖에도 웃으며 읽은 문장이 많았지만 장을 찾아온 말뚝의 정체를 알게되는 순간과 엔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오히려 좋았다.

뜻밖의 전개가 주는 재미가 있던 작품.



#말뚝들 #김홍 #한겨레문학상 #한겨레출판 #한국소설 #소설 #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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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낙천적인 아이 오늘의 젊은 작가 50
원소윤 지음 / 민음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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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를 봤을 때 작가의 프로필이 독특했다. 직업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니. 비유적인 표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다.

원소윤 작가의 데뷔 작품인 이 소설은 자전적 이야기인 듯 하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소윤'의 가족, 어린 시절, 현재의 삶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시종일관 냉소적이면서 어떻게 보면 구질구질한데 읽으면서 파안대소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활자로 읽는 스탠드업 코미디 같았다.

낄낄거리며 페이지를 넘기는데 가족이 겪은 슬픔과 상실은 온전히 전해지니 묘한 체험이었다. 다만 스토리의 구조를 추앙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각 챕터별, 혹은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사건이나 줄거리가 약한 것이 아쉬웠다.

문장이 독특해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외할아버지 치릴로의 에피소드가 가장 좋았다.


#꽤낙천적인아이 #원소윤 #민음사 #오늘의젊은작가
#한국소설 #소설 #스탠드업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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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히가 스스무 지음, 김웅기 옮김 / 서해문집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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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를 일본의 제주도쯤 되는 휴양지로만 생각하곤 하지만 실은 최근 백년 사이에 엄청난 고난과 아픔이 있던 곳이다. 원래는 '류큐'라는 독립국가였지만 일본에 의해 점령되고 세계 2차 대전 때는 일본과 미국의 전투로 온 지역이 초토화되었다. 강제로 일본군에 동원되거나 자결 강요로 인해 숨진 민간인만 1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히가 스스무의 <오키나와>는 1995년 출간된 <모래의 검>과 2010년 출간된 <마부이>를 모은 책이다. <모래의 검>은 2차 대전 당시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있고 <마부이>는 전후 세대들의 삶을 다룬다.

<모래의 검>의 일곱 에피소드는 오키나와 민간인들이 겪은 전쟁을 보여준다. 만화적 생략이 있어서 잔인한 장면은 없지만 숨어있는 의미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역사적 진실을 전달하는 강력한 만화의 힘이다.

저자의 어머니를 소재로 한 '어머니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또 민간인으로 끌려가 탈출했지만 결국 미군의 포로가 된 아버지의 이야기도 있다. 아버지가 하와이 수용소 시절을 좋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미군에 대한 묘사가 일본군에 비해 호의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열세에 몰린 일본군이 오키나와 주민을 인질로 항전을 하고 절벽에 뛰어내리게 하는 등 자결을 강요한 일화는 유명하다. 만화로 접하는 이 내용도 매우 가슴 아프고 처참했다. 그 속에서도 용기있게 행동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마부이>는 미국 점령 이후 오키나와를 보여준다. 미군 기지 건설을 위해 토지를 강탈한다든지, 주민들끼리 대립하거나 연대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의 오키나와가 지닌 문제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오키나와 출신인 작가의 애정이 만들어 낸 역작이다. 모든 에피소드가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1990년대 탑 가수인 아무로 나미에. 대표적인 오키나와 출신 스타가 공식 석상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키나와 #히가스스무 #서해문집 #만화 #만화책 #그래픽노블 #식민주의 #역사 #일본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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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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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잊고 살지만 학부 때 서양철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1학년 첫 전공 수업부터 파악한 것은 철학이란 학문은 멀고도 험한 길이라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의 이론과 인물들은 분명 매력 있지만 근대와 현대로 오면서 그야말로 머리에 쥐가 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각 시대, 철학자별로 구분되는 이론은 갈수록 난해하게 느껴지는데 이를 쉽게 풀어낸 책이 바로 <탁석산의 서양철학사>다. 적지 않은 두께임에도 출판사의 홍보 문구처럼 쉽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문장도 구어체로 되어있어 가독성이 좋다.

저자 탁석산 박사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머릿말에서 짐작해 보건대 대중적인 철학사 책의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라우틀리지 철학사>, <케임브리지 철학사>, <빈틈없는 철학사 >등 국외에서 오랫동안 읽힌 저서들을 참고했다. 그래서인지 읽다보면 유능한 선배의 필기노트를 물려받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충실하게 핵심을 정리한 책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주류 철학의 맥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인물과 사상까지 짚었다. 이를테면 신비주의, 마법, 이슬람 철학자, 강신술, 신지학, 에소테리즘 같은 분야다. 철학은 철저히 논리와 이성에 기반한 학문이지만 당대 사람들을 사로잡거나 영향을 준 온갖 사상까지 담았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까지도 문화적, 인류학적으로 이런 신비주의 지식이 영향을 주고 있으니 한 번은 짚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19세기 말에 서구에서 유행한 신지학이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다루어져 있었다. 오래 전 읽은 스콧 니어링, 헬렌 니어링 책에서 헬렌 니어링의 부모가 신지학을 신봉했다는 내용이 있다. 지식인 계층인 사람들이 신비주의를 찾는 기류는 어느 시대에나 있나보다. (요즘이라고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

방대한 기간을 한 권에 담다보니 세부적인 내용은 알기 힘들다. 대신 고대부터 지금까지의 서구 사회를 이루어 온 사상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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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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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학상이 30주년을 맞이했다. 특정 문학상을 챙겨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 중 한겨레 문학상 출신이 많다. 이 책은 한겨레 문학상 30주년을 기념하여 수상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앤솔로지다. 참여한 작가 리스트만 봐도 기대되었다.

가장 최근 수상자인 하승민 작가의 단편 '유전자'부터 수록되어 있다. 읽다보니 <멜라닌>에 나오는 파란 피부에 대한 것이 있길래 우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다보니 전부 수상작을 모티브로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이 책의 단편들은 수상작들의 스핀오프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읽은 작가의 단편은 수상작과의 연관된 부분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박서련 작가의 '옥이'다. 체공녀 강주룡이 떠난 후 10년, 그를 '형님'이라 부르는 후배 여성 노동자가 화자로 나온다. 서글프면서도 뭉클했다. 또 구어체 문장은 얼마나 말맛이 나던지.

아직 읽지 못한 작가는 이번 기회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강화길 작가를 아직 한 권도 못 읽어봤는데 궁금해졌다. 또 한창훈 작가의 '홍합, 아시죠?'는 소설이라기보다 등단기에 가까웠는데, 이게 드라마틱하고 재미있어서 수상작을 찾아볼 생각이다.

이 앤솔로지를 위해 단편을 쓴 작가들의 마음도 남달랐을 것 같다. 아마도 첫 시작을 떠올리면서 또다른 각오를 다지지 않았을까. 이 분들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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