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
이소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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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근무하며 비정기적으로 네팔어 법정 통역을 하는 도화는 어느 변호사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는다. 끔찍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네팔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의 말을 '거짓으로 통역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 암수술 직후인데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지친 도화는 거액이 걸린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법정에서 필사적으로 결백을 주장하는 네팔 여성의 모습에, 이 사건 뒤에 큰 음모가 있음을 알게된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이주노동자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들이 이루어 놓은 커뮤니티나 상업시설도 다양하다. 그래서 이제는 주류 대중문화에서 이주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이 더 다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들도 결국 오늘의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일부분이니까.

작가는 우리에게 낯선 네팔어와 문화를 끌어와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미스터리 소설을 탄생시켰다. 설정과 소재가 좋아서 초반에 몰입감이 있었다.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문제, 환경문제 등을 스토리 안에 녹인 점도 괜찮았다. 다만 네팔의 쿠마리, 신화 등이 많이 낯설어서 더 자세한 설명이나 안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영상화가 확정된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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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려는 말은 독고독락
낸시 풀다 지음, 백초윤 그림, 정소연 옮김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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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독고독락 시리즈. 우선은 얇은 분량에 놀라고 큰 크기의 활자에 또 놀랐다. 독자들과 책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하려는 출판사의 열의가 보였다.

첫번째 작품 '움직임'은 자폐 스펙트럼을, 두번째 작품 '다시, 기억'은 알츠하이머를 다루었다. 두 소재 모두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힘들게 하는 장애들이다. 정상성이라는 것에 사로잡혀 오히려 힘들어지는 상황을 다루었다.

특히 첫번째 소설인 '움직임'은 자폐 스펙트럼의 주인공이 화자라 그만의 시간의 흐름과 방식을 따라가게 된다. 수술로 자신을 '정상화' 시키려는 엄마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응하는데 이것이 주인공다워서 기억에 남는다.

오래 전 읽은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도 생각났다. 자폐 스펙트럼인 자신의 아들로 인해 자폐인 주인공을 화자로 한 소설이다. 이 책을 쓴 낸시 풀다 역시 자폐인 아들을 키우고 있다고. 자식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엄마가 쓴 소설이라니 멋지고 아름답다.

우리집 청소년들에게도 읽어보게 해야겠다.

#내가하려는말은 #낸시풀다 #정소연옮김 #백초윤그림 #사계절출판사 #독고독락 #sf소설 #청소년소설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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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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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개미>, <타나토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 등 초창기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챙겨 읽지 못했는데 이번 신간은 궁금했다.

세계 3차 대전으로 인류는 거의 사라지고 핵폭탄으로 인해 지구는 방사능으로 오염된다. 마침 우주선에서 인간과 동물의 혼종을 만들어 온 과학자 알리스는 이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 지구로 귀환한 알리스는 박쥐. 두더쥐, 돌고래와 사피엔스를 결합시킨 세 종류의 혼종, '키메라'들을 탄생시킨다.

키메라들은 방사능이나 오염 물질에 강하고 각기 특화된 신체적 기능이 있다. 또 사피엔스보다 임신 기간이나 성장기가 빨라 금세 번식하여 개체 수를 늘린다. 그리고 급기야 사피엔스를 위협하기도 한다.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펼쳐낸 흥미로운 가정이다. 이야기는 계속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지루할 틈없이 진행된다. 세계 3차 대전은 어어 없게 발발해서 다소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 씁쓸하기도 했다.

알리스가 키메라들을 창조한 의도와 그들을 향해 느끼는 애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 후기를 보니 현실에서도 인간과 동물의 혼종을 연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도들이 부적절하게 느껴졌다. 만약 소설과 같은 상황이 온다면 모두 다 멸종하는 수밖에.

베르베르는 혼종을 옹호한다기보다 현재를 경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 혐오, 정치 등 현실이 가져올 위험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어쩌면 작가의 경고대로 5년 뒤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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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알고 싶다 : 인상 카페 편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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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유튜버로 활동 중인 안인모 님의 저서. 유튜브에 올라오는 컨텐츠가 쉽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의 책도 같은 느낌이다. 솔직히 처음에 이런 클래식 입문서를 꽤 많이 읽어 온 까닭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걸.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시리즈 중 세번째로 출간된 '인상 카페'편으로 일곱 명의 작곡가를 소개하고 있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말러, 드보르자크, 드뷔시, 라벨, 사티. 각 인물들의 삶과 대표곡들을 알 수 있다.

제법 방대한 작곡가들의 일생을 키워드별로 짚으며 핵심적으로 정리했다. 내용 중간 중간에는 큐알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래알꼭알'이라는 꼭지는 참고할 만한 것들이 있는데 피아니스트로서의 조언이나, 작품번호의 의미, 악보 상의 특징, 곡과 연관된 상식 등 그 내용이 다양했다. 아마도 작가가 음악가면서 콘텐츠 제작자라서 가능한 풍부한 내용이지 않을까. 그중 '드뷔시의 피아노곡 연주 포인트'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연주한 드뷔시 곡이 어째서 별로인지 바로 납득이 되었다.)

표지와 내지를 가득 채운 일러스트도 훌륭하다. '최광렬'이라는 분의 작품인데 현실 작곡가들의 모습을 살렸으면서 개성있고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책의 삽화로만 머물기에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굿즈로 활용되면 어떨까?)

시리즈의 '낭만살롱 편'과 '고전의 전당 편'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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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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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김홍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초반부터 몰입되었다.

주인공 '장'은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10년 사귄 여자친구와는 결혼을 약속했지만 파혼했고 친한 친구와 손절했으며 아파트 15층에 살지만 하필이면 엘리베이터가 며칠째 고장이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노골적인 압박이 그를 억누른다. 그밖에도 장을 옭아매는 빡침의 포인트가 줄줄이 드러난다.

장은 어느날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꼬박 하루 동안 자신의 차 트렁크 안에 갇혀 고난을 겪지만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풀려난다. 과연 누가 그를 납치했는지 의문을 갖고 스토리를 따르게 된다.

단순히 납치 미스터리로만 소설이 진행되었다면 평범했을 텐데 갑자기 여기저기 출몰한 말뚝들로 인해 독특한 분위기가 펼처진다.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정리될까 싶은 궁금증이 커지는 작품이다. 한국 사회가 겪은 다양한 트라우마가 등장하고 결국 호의와 진심이 이긴다는 훈훈한 메시지도 있다.

장이 트렁크에 갇혀 듣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시그널 음악을 묘사한 글이 정말 웃겼다. 그밖에도 웃으며 읽은 문장이 많았지만 장을 찾아온 말뚝의 정체를 알게되는 순간과 엔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오히려 좋았다.

뜻밖의 전개가 주는 재미가 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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