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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실격 시즌 1 - 이걸 영화라고 찍었냐
Zinn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3월
평점 :

거짓말 안 보태고 읽으면서 한 열번 이상의 폭소가 터졌다. 책 소개와 저자의 이력을 보고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현실을 잘 담았을 줄은 몰랐다.
주인공 '최경진'은 첫 연출작 '꼴리는 영화'를 찍었지만 대차게 망했고 그 뒤로 10년 간 차기작을 찍지 못한 상태다. 신생 제작사와 계약은 되어 있지만 시나리오는 번번히 까이고 이래저래 무시 당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서사를 가진 사람을 적어도 수십 명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한때 소설 속의 양서연 피디나 석팀장 같은 커리어를 밟고 있었기 때문인데, 장담컨대 이 소설은 리얼이다. 시종일관 블랙 코미디로 가득하지만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이나 묘사가 너무나 영화판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정체불명의 악플러를 추적하는 과정이나 의문스럽게 죽음 임감독, 친구 동민이 좋아하는 여배우와의 관계 등 설정도 재미있다. 최감독이 속물스러운 면과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언사는 별로였지만 이 역시 자의식 과잉의 남자들이 다수 포진한 영화판의 일면을 그린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 <GV 빌런 고태경>도 생각났지만 그 작품보다 더 신랄하고 처절하다. 최근 본 애플 TV의 시리즈 <더 스튜디오>도 생각났다. 곧 방영될 박해영 작가의 신작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도 20년 째 감독 데뷔를 못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비슷한 소재들이 작품화 되는 걸까. 아마도 열정과 꿈을 담보로 착취 당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한창 이야기가 가속을 타는데 끊겨서 아쉽다. 시즌 2가 빨리 나오길 고대하며 모든 망한 영화 감독과 감독 지망생들을 응원해본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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