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사소한 계기로 이 책과 닿았다. 아마도 이 책의 편집자인 듯한 분이 올린 SNS 글을 보게 되었는데, 자신이 편집한 책 중 <루시 게이하트>를 아낀다는 내용이었다. 찾아보니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인 소설이어서 호기심이 생겼다.저자 윌라 캐더(1873-1947)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로 이 소설은 그가 가족의 죽음 등 힘든 시기를 겪은 뒤 집필했다고 한다. 소설은 작은 마을 '해버퍼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시작부터 묘사되는 겨울 풍광이 인상적이었다.'루시 게이하트'는 명랑하고 생기있는 젊은 피아니스트로 음악 공부를 위해 고향을 떠나 대도시인 시카고로 가게된다. 그곳에서 루시는 유명한 성악가 서베스천을 만나고 동경과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고향 유지의 아들이자 루시를 좋아하는 청년인 해리가 시카고로 루시를 찾아온다.문장들이 놀랍도록 감성적이다. 풍경이나 인물들의 상황, 감정이 묘사된 문장들이 보석같다. 피아니스트인 루시의 일상에서는 많은 오페라 아리아나 가곡이 등장하기도 한다. 루시가 일련의 아픈 사건들을 겪으며 성장하는 내용인 줄 알았다가 뜻밖의 비극이 벌어진다. 언제나 그렇듯 비극은 느닷없이 찾아오고 그 안타까움은 평생을 지배하기도 한다.루시가 해리가 아닌 서베스천에게 매료되는 이유도 무엇인지 너무 알겠다. 해리가 루시에게 느낀 배신감과 증오도. 하지만 이들이 맞는 비극은 운명의 장난처럼 아팠다.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루시 게이하트'가 시멘트에 남긴 발자국처럼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단 한 가지 갈망으로 별에 손을 뻗었고 별이 그의 손을 맞잡았으며, 그 사이에서 깨달음이 반짝였다. (17 페이지)- 어떤 사람들은 신변과 재산에 일어난 변화로 인생이 바뀌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운명이란 감정과 생각에 일어난 변화였다. (38 페이지)- 열정과 맹렬함, 앞뒤 살피지 않고 하나의 충동에 자신의 온 존재를 오롯이 불태우는 성정, 바로 그것이 그가 루시에게 발견한 경이였다. 루시는 감정의 불씨가 붙으면 불화살이 되어 끝까지 날아가는 사람이었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227 페이지)#루시게이하트 #윌라캐더 #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세계문학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