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이다. 난해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름의 각오도 했는데, 의외로 몰입하며 읽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는 얼얼한 충격도 느꼈다.미국 남부의 한 빈곤한 백인 가족 이야기다. 가족의 어머니인 '애디'는 죽어가고 있다. 그의 남편인 '앤스'를 비롯한 다섯 명의 자녀들은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애디의 죽음을 지켜본다.가족 구성원과 그들의 이웃, 의사 등이 번갈아가면서 화자가 된다. 화자마다 다른 어투, 심리 등을 파악하면서 상황과 전개를 짜맞춰야 하는 구조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갈수록 오히려 흥미로웠다.결국 애디는 숨을 거두고, 가족은 그가 생전에 남긴 유언대로 '제퍼슨'이라는 도시에 시신을 묻어주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강물에 모두 넘어지고 관은 뒤집히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여정이 이어지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사고가 계속된다. 그리고 시신에서는 끔찍한 냄새가 난다.죽음의 당사자인 '애디'가 화자인 챕터가 딱 하나있다. 이 지점이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말해주면서 숨이 멎을 정도의 충격을 준 부분이다. 말과 행위에 대한 비유, 애디가 숨겨 온 비밀이 너무나 강렬했다.결말도 서늘하기 그지없다. 결국 앤스만이 원하는 것을 얻은 셈인데, 삶이라는 것이 이토록 비정하고 잔인한 것인가 싶었다. 죽은 이는 뒷전이고 결국 각자의 욕망과 입장만이 있을 뿐이다. 놀랍도록 매력적인 소설이다. 역자 후기를 보니 번역의 어려움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총 열 다섯 명이나 되는 화자에 따라 다른 말투와 성격을 담아내야 했으니. 하지만 번역이 어색하다거나 방해된다는 느낌은 없었다. 또 을유세계문학 시리즈답게 가독성이 좋은 편집과 하드커버가 마음에 든다.- 말은 정말 빠르고 악의 없이 한 줄기 선으로 곧장 하늘로 올라가고, 행위는 끔찍할 정도로 대지를 따라 바닥에 붙어간다. 얼마 안 가 둘은 너무 멀어져 두 다리를 벌려 올라탈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다. (187 페이지)#내가죽어누워있을때 #윌리엄포크너 #윤교찬옮김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미국소설 #노벨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