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하여
양미 지음 / 동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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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웰빙을 향한 치열한 저항의 시골살이.

오래 전에 잠시 몸 담았던 광고영상 제작 회사에서 들은 얘기다. 회사 프로덕션 팀이 굴가공 공장을 촬영하러 해안지역 시골에 갔다. 그 공장은 대개 그 지역의 할머니들이 일을 했단다. 굴을 까는 양만큼 일당이 주어지는데 소위 경력이 높은 할머니들은 엄청난 금액의 보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액수를 들어보니 당시 중소기업에서 내가 받은 돈보다 많았다. 그때의 충격으로 이런 생각까지 했다. '이도 저도 안되면 다 접고 시골로 가야겠다.'

이 생각이 얼마나 철없고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이 책이 말해준다.

저자는 도시의 착취 구조에 한계를 느끼고 '누구도 착취하지 않는 노동, 나를 직접 부양하는 노동'으로 살기 위해 시골살이를 택한다. 저자가 직접 부딪혀 경험한 시골은 또다른 연대와 투쟁의 장이었다.

여성 비혼 1인 가구로 시골살이를 하는 저자는 다양한 곳에서 불평등을 겪는다. 이동권, 주거권, 경제권, 행정, 정치의 파트로 나누어 서술했다.

시골에서 살려면 자차 운전을 해야하는 문제부터 나온다. 적지않은 목돈과 유지비가 들고 환경적인 문제도 생긴다. 버스체계는 엉망이고 개선의 여지가 안보인다. 결국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약자들은 고립되기 십상이다. 이 문제 하나만 봐도 시골이 도시보다 나을 수 없다. (저자는 시골에서 여전히 차를 소유하지 않고 산다고 한다.)

읽으면서 지방소멸 문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실제로 행해지는 정책들이 얼마나 허술한지도 구체적 예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개인적인 에세이라기 보다는 실질적인 사례와 대안을 제시하려는 질문들을 던지는 책이다.

결국 시골살이도 정치적인 문제와 뗄 수 없다. 시골의 '이장'이라는 직이 선출직이 아니라 행정이 임명하는 임명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시골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꾸려는 노력보다 현상을 유지하고자 한다. 저자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이들이 실제 행정에 참여하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굴까는 할머니들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도시의 사무직보다 더 높은 일당을 받기까지 얼마나 고된 노동이 있었을까. 공장까지는 어떻게 이동을 했고, 노동에 대한 복지 등도 제공되고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녹록치 않을 것이다. 시골살이는 낭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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