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의 감성을 키워 준 엘리너 파전의 동화집을 다시 만났다.어릴 때 나는 주로 언니들이 읽던 동화 전집을 물려받아 읽곤 했다. 그 중 '딱따구리 그레이트 북스'는 특히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로 구성된 꽤 근사한 전집이었다. 이 시리즈는 원작의 일러스트를 그대로 실었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전집 수십 권의 책 중 <보리와 임금님>이라는 제목의 동화집이 있었다. 그 책이 바로 엘리너 파전의 동화집이었다. 수록된 이야기 중 '작은 재봉사'를 특히 좋아했다.내가 이런 추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안 언니가 이 책을 선물했다. 이 책은 새롭게 출간된 엘리너 파전의 동화들을 새롭게 번역하여 출간된 것이다. 어릴 때 보던 책의 일러스트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상상할 수 있는 멋진 삽화들이 많다.최애인 '작은 재봉사'도 있었다. 신붓감을 구하는 왕자님이 무도회를 여는데 그곳에 초대된 귀족 아가씨들의 드레스를 만드는 재봉사의 이야기다.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그것을 살짝 비트는 결말이 지금 다시 읽어도 참 좋았다.번역자 이도우 작가의 역자후기가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은 엘리너 파전의 책이 국내에서 절판된 것을 알고 독립출판사를 세우자마자 판권을 알아보고 2년 간 번역했다고 한다. 이 분의 대단한 열정이 나 같은 독자의 추억까지 소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