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시간 - 100곡으로 듣는 위안과 매혹의 역사
수전 톰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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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라는 악기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여정을 100곡으로 소개하는 책.

저자인 수전 톰스는 영국의 피아니스트다. 유튜브에서 이 분을 찾아보니 꽤 연세가 있으신 분이었다. 서문에 나오듯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기간 동안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집에 갇혀 있는 동안 피아노를 치게 되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디지털 피아노 가격이 상승했을 정도다. 이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나다. 집에 있는 동안 애들이 치다 방치해 둔 디지털 피아노를 30년 만에 다시 치게 되었다. 스스로의 어설픈 연주에 좌절하고 있지만 피아노 곡을 듣는 것은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피아노는 다른 클래식 악기들에 비해 비교적 역사가 짧다. 바흐의 말년에서야 피아노가 등장했지만 이 책은 바흐부터 시작한다. 그가 작곡한 건반악기 곡들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절대적이라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첫곡으로 나온다.

이렇게 바흐부터 연대기 순으로 주요 피아노곡들이 소개되어 있다. 절대 빠질 수 없는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등 주요 클래식 작곡가들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도 많다. 이를테면 존 필드나 발라키레프, 야나체크, 그라나도스, 스크랴빈, 풀랑크 등과 같은 다소 생소한 곡들도 고르게 나와있다. 워낙 피아노 곡이 방대하기 때문에 저자도 어떤 곡을 넣을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너무 유명한 곡들만 소개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곡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이 중 생상스의 <피아노 3중주 2번>은 새로운 발견이다. 피아노 독주곡이나 협주곡이 아닌 실내악은 그 동안 별로 관심이 없었다. 피아노의 역할이 현악기의 보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곡은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합이 정말 좋았다. 이 책 덕분에 실내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모든 곡에 QR코드가 있어서 읽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작곡가 소개, 작곡 배경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인 저자가 실제 연주하면서 느꼈던 감상과 의견이 있어 더 특별하다.

요즘 시대 정신에 맞게 저자가 여성 작곡가들을 소개한 점이 눈에 띈다. 멘델스존의 누나인 파니 멘델스존,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 슈만이 어떻게 남성들만의 리그에서 소외되고 폄하당했는지 알려준다. 처음 들어본 여성 작곡가 마리아 시마노프스카나 에이미 비치,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주디스 위어의 존재를 알게 해준 이 책이 고맙다.

현대 음악가들과 재즈도 나와 있어서 공부가 된다. 피아노는 과거의 악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덕분에 낯선 현대 음악 뿐만 아니라 클래식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재즈와 조금은 친숙해졌다.

저자가 직접 전망하는 피아노 곡의 미래에 대한 맺음글도 기억에 남는다. 피아노 곡이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여 계속 사랑받을 것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독자라면 이 책은 지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클래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나 피아노 곡을 좀 알고 있다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그 동안 피아노 곡과 클래식 작곡가들에 대해 산발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각 조각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이 책을 통해 총정리된 것 같다.

곁에 두고 자주 펼쳐 볼 책이다. 물론 피아노 곡을 들으면서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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