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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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이 책은 더 잘 공감하려는 사람들에게 이길보라 감독이 전달하는 가이드북이다.

공감의 이면에 상반된 세상이 있음을 느낀다. 전장연의 시위나 10.29 참사 유가족들을 두고 일부 사람들과 국가 기관들이 보이는 태도에서 느꼈다. 타인의 불행과 고통에 누군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단순히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서, 여성, 성소수자, 난민, 사고 희생자, 노약자, 취약계층 등이 아니라서 쉽게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다. 과연 괜찮은가? 나 혹은 내 가족이 평생 이들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 이 책이 소개하는 컨텐츠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길보라 감독은 첫 작품<반짝이는 박수 소리>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농인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청인인 그는 '코다'다. 이를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인데 아주 인상적이었고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또 베트남 전의 한국군 양민 학살 문제를 다룬 <기억의 전쟁>도 피해자들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나온 영화다. 이길보라 감독 자신의 삶과 작품이 연결시키는 세상에 대한 관심. 그것이 발전하는 것을 보며 늘 멋있다고 생각했다.

책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도서와 영화가 등장한다. 이미 접한 것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다. 그중 하라 가즈오의 <극사적 에로스>에 대한 소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래 전 작품이지만 소개된 내용을 읽으니 지금 시점으로 봐도 무척 파격적이다. 꼭 구해서 보고 싶다.

다시 느낀 것인데 이길보라 님은 글을 정말 잘 쓴다. 정갈하고 힘있는 문장들이 언제 읽어도 좋다. 알찬 독서였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권 구입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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