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따스한 스티븐 킹의 신작

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주인공 제이미는 죽은 자를 볼 수 있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뭐야, ‘식스 센스’잖아?’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제왕님(스티븐 킹은 ‘작가님’이라는 호칭보다 이 호칭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이 바로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그 영화와는 다르다’라는 문장이 바로 나와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주인공이 작가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엄마를 돕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수년 간 인기 시리즈물을 써서 이 가족의 중요한 밥줄인 작가가 심장마비로 죽는다. 시리즈의 마지막 완결편을 남기지 못한 채. 다급해진 엄마는 제이미를 앞세워 죽은 작가와 소통을 하고 마지막 시리즈의 줄거리를 녹취한다. 엄마는 그 동안 편집자로써의 역량을 발휘에 그 녹취록을 토대로 대필을 하고 작가의 사후 출간된 그 완결본은 성공을 거둔다.

연쇄 폭탄 살인범인 테리올트와의 에피소드도 비중 있게 나온다. 폭탄을 어딘가에 설치해 둔 채 자살해 버린 테리올트와 소통하며 결국 제이미는 폭탄의 위치를 파악하고 생명을 구한다. 유령들이 제이미에게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규칙이 매우 유용하게 작용한다. 제이미는 이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버켓 교수와의 에피소드도 좋았다. 결국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제이미가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에필로그 정도로 지나간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유령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묻어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은걸까. 어떤 것들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소소하지만 엄마의 전 애인인 리즈의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엔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성이었다. 당연히 여성도 NYPD 소속 비리 경찰, 마약 중독자, 좀스럽고 찌질한 캐릭터일 수 있다. 수없이 봐 온 전형적인 남성 캐릭터의 특징을 여성이 보이지 말란 법은 없다. 이 사실을 제왕님 덕분에 새롭게 느꼈다. 나이 70이 넘은 미국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작가다운 설정이었다.

주인공 제이미가 화자로 전개되기 때문에 문장이 쉽고 재미있다. 제왕님의 주옥과도 같은 작법서인 <유혹하는 글쓰기>의 문장들처럼 위트있다. 제왕님 답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포인트가 분명하고 복선이 적재적소에 설정되어 있다. 읽는 동안 즐거웠다. 역시 스티븐 킹 제왕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