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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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인 <골목의 조>는 문장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오랜만에 마주한 공들인 문장들이라고 생각했다. SNS, 실용서, 웹소설이나 웹페이지에서 보는 문장들이 기능적이고 그러 소비되는 것들이라면 <골목의 조>의 문장들은 그렇지 않았다. 읽으면서 여운이 많이 남는 문장들이었고, 작가가 느끼고 고민했을 삶의 깊이를 녹여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문장들 중 몇 개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일상이라는 것은 도미노처럼 무너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적절한 대꾸가 떠올랐다. 이런 건 꼭 나중에 가서야 생각나곤 한다.


-   술을 마시자마자 몸에서 허겁지겁 흡수해 손가락 끝까지 알코올을 보내주는 그런 밤이었다.


-   매일 밤마다 번호도 매기지 못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와 베개맡에 고인다.


-   산다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언젠가 조는 말했었다. 이쯤에서 의미 있는 대사를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그렇지 않으면 슬슬 졸작이 되어버릴 텐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고. 사는 것 자체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소설은 주인공이 겪는 죽음들과 그 이후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사건이 있다기 보다는 그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장면들을 함께 경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오히려 내게 두드러진 주제는 주인공의 소통 방식이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조를 만나기 전까지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한다. 소설이라 다소 과장은 있을지라도 이런 모습에 공감이 되었는데, 아무리 많은 사람들 속에 살고 있어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이나 감정적 교류는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반지하 방으로 들어온 아저씨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조와도 주인공은 시시콜콜 모든 것에 대해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조와 고양이 설리를 잃는 상실을 느끼고서야 주인공은 조의 어머니나 지민씨와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과 조의 관계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제일 잘 이해하는 관계니까. 그렇기 때문에 조가 죽고 나서야 주인공의 팍팍한 삶에 대해 스스로가 위로하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나와 있는 작가의 말에 있는 표현처럼 서로 아껴주는 마음이 결국 우리는 구원한다.


  <골목의 조>를 읽으며 새삼 소설을 읽는 동안의 내 감정을 돌아보게 되었다. 장르문학과 에세이, 그리고 수많은 SNS의 글들을 읽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감정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도 무척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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