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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하는, 버려야 할 것과 버텨야 할 것
제이한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니체를 포함한 서양철학은 왠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대학생 시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도전했다가 몇 장 못 읽고 포기한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의 책을 직접 읽을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철학 중 핵심만 잘 정리해 놔서 그런지 편하게 술술 읽혔다. 니체가 이런 생각을 한 분인지 처음 알았고, 그가 말한 ‘신이 죽었다’의 개념이 이런 것인지 알게 되어 무척 기뻤다.
버려야 할 것은 우리를 옭아매는 낡은 가치들이고, 버텨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란다.(6) 이 간명하고 소중한 가치를 책 한 권으로 풀어놓았다. 니체는 기독교적 윤리와 전통적 도덕이 인간 본능을 억누르고, 겸손과 희생을 미덕으로 포장하며 복종을 강요해 왔다(16)고 비난한다. “기존 가치가 우리를 속이고 있다.”(18) 모든 것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가치라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의심하고 질문하라고 한다.
도덕에도 두 가지가 있다는 제안은 신선했다. 바로 주인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이다. 용기, 창조성, 자기 긍정의 ‘주인의 도덕’과 복종, 겸손을 강조하는 ‘노예의 도덕’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대표적인 노예의 도덕이 바로 기독교적 가치관이다. ‘기독교는 겸손, 자기희생, 금욕을 이상화하고 인간의 본능을 죄악시하며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욕망을 억압하고,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이 선치라고 가르친다.’(26) 당연히 니체는 노예의 도덕을 극복하고 주인의 도덕으로 나아가라고 하고 있다.
또 하나 ‘선과 악’에 대한 생각이다. ‘선과 악은 신이 정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46) 그런데다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중요한 것은 ‘신 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47)이다. 쉽지 않다. 인간은 스스로 자기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당연히 의심이 든다. 하지만 나의 이런 의심을 바로 가격한다. 기존의 가치가 사라지면서 인간은 허무주의가 빠질 위험이 있으니 경계하란다.(50) 여기까지 이르니 정말 ‘의욕’이 불끈 솟는다.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자만 일 수도 있지만 ‘초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인의 길은 쉽지 않겠지! “자유로운 정신들에게는 미리 정해진 길이란 없다.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62) “진정한 자유는 타인의 인정 속에서가 아니라. 홀로 설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63) 우리는 ‘될 존재’(74)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초인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끊임없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호되게 채근한다. 그러면서도 읽다 보면 어느새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의지를 다지게 해준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책이었다. 빈말이 아니다. 정말 한 번 읽어보기를 강권한다.
“고통 없는 삶은 빈약한 삶이다.”(93)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은 성장의 흔적이다.”(108) “삶을 긍정하는 자는 고통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113) 편한 길을 걷지 않기를! 이 책을 통해 니체를 사랑하게 되었다. 다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도전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