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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 - 반항, 분노, 사랑, 열정을 품은 스페인의 화가와 작품들
이안(iAn)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현재 스페인에 있는 그림을 중심으로 서술된 ‘세계 미술사’인 듯 느껴졌다. 표지에 서술된 ‘반항, 분노, 사랑, 열정을 품은 스페인의 화가와 작품들’도 있지만 바로 아래 부여된 ‘스페인에서 꼭 봐야 할 그림부터 외딴 방에 숨겨진 유명 그림까지!’가 더 주된 구성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인 화가와 작품으로 특화되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화가나 작품을 나열하면 설명이 얕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의 고심은 이해가 간다. 현재 스페인에 있는 이 유명한 작품을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은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오랜 도슨트의 경험에서인지 글이 쉽게 읽혀졌다. 낯선 화가도 친근하게 느껴지게 서술하였고, 익숙한 화가의 은밀한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었다. 스페인 미술을 주축으로 삼기 위해서인지 스페인의 유명한 소설 돈키호테를 중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엮으려고 한 시도도 나쁘지 않았다. 또 하나 진정한 스페인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을 그림 ‘그라나다의 항복’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스페인 출신의 불세출의 화가 피카소의 ‘게르니카’로 이야기를 맺는 것도 의도된 구성으로 나름 의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쟁 그림에서 시작해서 전쟁그림으로 끝난 셈이다.
눈에 띈 글이 몇 있다. 250쪽부터 고흐 이야기가 14쪽에 걸쳐 상대적으로 길게 쓰여있다. 고흐의 안타까운 사연은 익히 아는 바이지만 그의 그림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분석이 재미있었다.
사실 반 고흐가 계속 멀쩡하게 작업을 지속하면서 오래 살았다면 지금의 명성만큼 사랑받는 화가가 아닐 수도 있어요.(255)
평소 그의 이른 죽음을 애석하게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작품을 남기기를 바랐던 사람으로 좀 충격적인 가정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의 동생 테오가 더 오래 살고, 테오의 부인이 그렇게 열성적으로 그림을 홍보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또 바뀌었을 것 같다.
마지막 해설 작품인 게르니카를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묵직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피카소가 게르니카라는 특정 지역을 명시하고 나머지에 대한 그 어떠한 해설도 하지 않은 점을 주목하면서,
제 생각이긴 하지만 가벼운 작품은 감상자에게 해석의 방향을 한쪽 방향으로 유도합니다. 더 최악의 상황은 이를 직접 말로 친절하게 해석해 주는 방법이죠. 반대로 세기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대다수의 작품들은 감상자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379)
중요한 것은 감상자 나름의 해석이라는 것이다. 미술관에서 도슨트에게 너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의 해석은 정답이 없으니깐 내가 느끼는 것이 나에게 정답이니깐 피카소의 다음 말로 책을 마무리 하듯 나도 글을 마무리한다.
“소는 소고 말은 말이다.”(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