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도 좋고 그림도 좋고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세상의 기준에 좌절하지 않는 어른의 생활법
양승렬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1월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이 부분은 ‘하루 논어’를 수식하는 말이지만 비중은 전혀 낮지 않다.

우선, 그림 부분은 너무 좋았다. 64장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 그림에 대해 내밀한 이야기를 읽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림 전공자가 아님에도 그림에 깊은 조예가 있는 듯 느껴졌다.

다음, 논어 부분도 괜찮았다. 논어 중에서도 정수가 되는 것을 뽑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글 내에도 같은 주제의 다른 글귀를 여럿 더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64개의 문구가 아니고 훨씬 많은 글귀를 읽을 수 있다. 다는 아니겠으니 논어의 중요 글귀는 대부분 나온 듯싶다. 이 글에 나온 글귀만 알아도 어디 가서 기죽지는 않을 듯

마지막으로 논어와 그림의 연결 부분에 대한 점을 생각해 보자. 우선 연결도가 매우 높았다. 90점을 주고 싶다. 저자가 맞춰놓은 조합이기 때문에 읽는 독자로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난한 연결인 것은 확실하다.

다시 그림으로, 일단 내가 그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 작가를 안 것은 너무 좋았다. 나능호, 김진여, 유숙, 심사정, 조영석, 최북 등은 솔직히 처음 듣는 작가였다. 대부분 처음 보는 작품이어서 더 깊이 보게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정선의 ‘노백도’다.(304) 회오리치는 줄기와 폭발하는 듯한 나뭇잎이 정말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꼭 실물로 보고 싶다. 이런 명작을 지금에야 알게 되다니 아쉬울 정도다. 실물로 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김홍도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평안감사향연도 중 부벽루연회도이다.(234) 그림에 나오는 인물들을 설명하였는데 그림이 너무 작아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림 길이가 2미터나 된다고 하니 그런 큰 그림을 보는 맛이 다를 것 같다.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이는 예술 분야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을 읽고 다시 보니 더 새롭고 재밌다.

그림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중 세한도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손재형이란 분이 세한도가 일본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장자를 설득해 가지고 돌아왔는데 얼마 후 작품을 보관하던 곳이 미국의 폭격으로 불타버렸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데 약간의 전율이 느껴졌다. 한 사람의 노력이 나라의 품격을 올린 셈이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

다시 논어 부분, 글의 해석은 무난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주자 주석만 읽어서인지 그의 해석 중에 낯선 부분이 몇 있었다. 물론 그의 해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한자 해석이야 어떻게 띄어 읽느냐, 같은 한자라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이 많다. ‘글과 그림을 보며 다른 사람들의 친절한 해석을 따르거나 받아들이는 것도 좋습니다만 조금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자신만의 해석을 붙여 보길 권해 드립니다.’(70) 저자가 밝혔듯 저자도 새로운 해석을 한 것이다.

너무 좋은 글을 잘 뽑았다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이다.

111쪽의 회사후소 繪事後素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는 후에 하는 것이다.

270쪽의 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勿施於人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