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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 2020년 5월
평점 :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다시 그분의 책은 출판되지 않을 줄 알았다.당시 스님의 책을 거의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다.하지만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 있다.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책을 사기 위해 노력했던 상황 말이다.이 책은 기존의 책이 아니기에 출판이 가능했나 보다.이런 노력은 기존의 책이 출판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이다.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스님이 돌아가신 후10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다.그간 스님의 유지를 받들었으면 이제 다시 스님의 책을 출판하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한다.책이 없다면 스님의 말씀은 점점 사라질지도 모른다.그리고 스님을 아는 분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에 이렇게 미발간 법문집도 추가로 출판하고,그분과의 인연이 있는 분들을 소집하여 서로 나누었던 대화를 채록하는 것도 의미 있다.부처님의 불경,예수님의 성경,공자님의 논어도 모두 그분들 사후에 제자들에 의해 집필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살아생전에 집필되지 못한 이유를 알 수는 없겠지만,하나의 가정은 그분들이 집필에 반대했을 개연성이 있다.그럼에도 사후에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해 채록을 했으며 그를 후손에 전달했다.법정 스님의 가르침도 다시 한 번 정리되어 출판되어야 한다고 본다.그리고 그 일을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31개 법문을 모은 책이다. 94년 법문도 있지만 대부분 돌아가시기10년 전후의 법문들이다.비교적 후기의 법문들이다.그만큼 생각의 깊이가 더 깊어진 법문들이다. ‘좋은 말씀’이 책 제목 대로이다.자연스레 밑줄 그으면서 열심히 읽게 된다.돌아가시기 직전의 법문들이어서인지 더 깊이 그분의 진솔함이 담긴 듯하다.더 따뜻하게도 느껴진다.
책을 보면 경전의 소개뿐 아니라‘시’도 있고,인물도 여럿 인용하고,한문도 척척 번역하여 말씀하시고 정말 박학다식한 분이다. ‘좋은 말씀’이 단지 그분의 머릿속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 동서고금의 이야기를 차용까지 하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법문은1998년11월4일 길상사 설법전 길상회 법회‘보왕삼매론에 대하여’(300)다. ‘보왕삼매론은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인가를 옛 선사들의 교훈으로 남긴 것’(301)이라고 한다.여기에는10가지‘하지 말 것’이 있는데 새겨들을 만하다.
첫째,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하셨느니라.(301)
둘째,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하셨느니라.(305)
셋째,공부하는 데에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하셨느니라.(306)
넷째.수행하는 데에 마 없기를 바라지 말라.(308)(이하 생략)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다.일을 계획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고 하는 등 바로 지금의 어려움과 고통이 왠지 나에게 당연히 필요한 그 무엇이 되는 느낌이다. 10계명을 출력하여 두고두고 읽어야겠다.
그분이 돌아가신지 딱10년이 되었다.그분은 편안하게 돌아가셨을까?죽음이 가까이에 와 있다는 것을 예견한 듯,죽음에 대한 그분의 생각도 곳곳에 있다. ‘사람은 살 만큼 살다가 다 죽습니다…… 그냥 치워 버리세요.그러면 편해집니다.’(42) (기계에 의존하지 말고)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그 보살핌 속에서 마음 편히 평화롭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야 돼요.죽음도 삶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끝이 아닙니다.’(104)그분의 죽음관이 나와 같다.나의 생각을 지지해 주시는 것 같았다.
생활 조언 중에 다음과 같은 게 있었다.
-매주 하루를 정해서TV를 켜지 않고 지내 보세요.(지키고 있음)
-하루에30분이라도 책을 읽으세요.(거의 지키고 있음)
-할 수 있다면 보름에 한 끼만이라도 단식을 해 보세요.(한 적은 없지만 하고 싶음)
보름이 어렵다면 한 달에 한 끼라도 단식을 해 보고 싶다.세상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환경,생명에 대한 글도 많다.쓰레기 문제,음식물 문제,육식 문제 등.이들 문제는 모두 욕심에서 비롯된다.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 하지 마세요.한로 만족해야 합니다.’(211)쉽지는 않지만 잊지는 말자.욕심이 지나치면 결국 파멸이다.
지혜의 말씀들도 많다.
@안정적인 마음을 지니려면 될 수 있는 한 적게 보세요.그리고 적게 말하세요.(45)될 수 있으면 적게 들으세요.또 적게 다니세요.(46)
@될 수 있는 한 적게 갖도록 노력해야 됩니다.더욱 적을수록 더욱 귀합니다.더욱 사랑할 수 있어요.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합니다. (72)
@베푼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입니까?내 것이 어디 있습니까?(75)
@적게 먹을수록 좋습니다.(82)
@시장에 갈 때는 든든히 먹고 가라(166)
@고기를 좋아한다면,그 원한과 두려움까지도 같이 먹는 것이다.(194)
@주먹 쥐고 이 세상에 왔다가 갈 때는 손바닥을 펴고 간다.(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