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료 텃밭농사 교과서 - 흙, 풀, 물, 곤충의 본질을 이해하고 채소를 건강하게 기르는 친환경 밭 농사법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오카모토 요리타카 지음, 황세정 옮김 / 보누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 도전적이다. ‘무비료’ 즉 비료 없이 작물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저자는 이를 실천했다는 의미이니 나도 실천해 보고 싶었다. 대단위 농사가 아니라 ‘텃밭농사’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연의 ‘순환’을 고민하고 있었다. 순환만 잘 이루어지게 해도 비료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씨앗에서 자라면서 에너지를 만들고, 죽어서는 동물의 먹이가 되고, 또 썩어서 다음 세대의 영양분이 되는 순환을 지켜주기만 해도 된다는 주장은 우리가 익히 알아 온 사실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다. 당장 저자의 방식을 흉내 내기는 불가능하지만 하나하나 적용해볼 요량이다. 저자도 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그의 관점이 이색적이었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지을 때 ‘벌레’는 무조건 없애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벌레와의 동거를 주장한다. 아예 ‘재배량을 정할 때부터 어느 정도는 벌레에게 먹힐 것이라 생각’(156) 하고 벌레를 위한 시혜를 베풀라고 한다. 벌레를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니깐. 대신 벌레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한다. ‘벌레가 작물을 먹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그 벌레가 무슨 일을 하러 찾아왔는지 추측한 뒤, 그 벌레가 해야 할 일을 인간이 먼저 해 버리’(156)라고 한다. 지금과 같이 벌레가 창궐하는 것은 오롯 인간의 탓이다. 그것을 떠나 식물은 벌레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보고 있다. 요즘같이 벌이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벌레는 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도 하다.(158) 어떤 경우에는 벌레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고, 그 벌레의 똥에서 영양분을 얻기도 한다. 이정 도면 공생의 관계라고 해도 되겠다. 진딧물조차 ‘순지르기와 솎아내기’에 도움을 준다!


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잡초가 지표면을 덮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126) 풀과 싸우지 말고 풀을 이용하라는 소리다. ‘잡초가 있기 때문에 땅이 비옥해져 작물 성장을 돕는 것이다.’ 벌레와 마찬가지로 풀과의 공생을 주장하고 있다. 풀을 뽑으려고만 하지 말고 다른 것을 심어 풀이 나지 않게 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일명 ‘공영 식물’이다. 공영 식물은 식물에 따라 다르지만 복잡하게 외우지 않아도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쑥갓, 파(부추), 콩(강낭콩)만 외어도 될 듯싶다.


저자는 ‘나는 모든 사람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8)고 밝혔다. 나 역시 그에 동의한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은 땅을 밟거나 만지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도시 텃밭에서, 베란다에서, 옥상에서 실천할 수 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다. 동시에 ‘식물을 키운다’는 즐거움은 덤이다. 그런데 이때 유념할 것이 있다. 너무 쉽게 농사를 지우려고 하면 된다는 점이다. 쉽게 농약을 치고, 제초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 비닐 멀칭은 최소로 해야 한다. 자연을 살리고 인간을 살리는 농사를 짓고 싶다면 이 책을 숙독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최대한 실천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