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시 속의 월든
서머 레인 오크스 지음, 김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거나, 아직 안 키우고 있더라도 제대로 키워볼 분이라면 읽어 보기를 권한다. 우린 식물도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한다. 그저 물과 햇빛만 주면 충분하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은 그 외에 많은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반려식물에게 인간은 자연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반려식물과 인간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식물에게 정성과 사랑을 준다면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준다는 관점이다.
저자는 약 1000그루 550종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11, 229) 머릿속에서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많은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 물리적인 공간이 되는지부터 알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의 이런 현재 상태를 더 알고 싶었다. 어떤 종류인지, 어떻게 키우는지, 그래서 지금의 상태는 어떤지 말이다. 하지만 읽다보니 개인적인 상황보다는 식물에 대한 이해에 좀 더 방점이 찍힌 것 같다. 사실 개개의 식물은 어떻게 키우는지는 인터넷 검색만 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저자의 이런 식물 사랑은 그 기저에 시골에서 성장한 추억이 한몫했을 것이다. 숲과 과수원 ‘2000 제곱미터 남짓한 땅에는 오감을 만족시켜줄 만한 신선한 재료들이 가득했다.’(26)는 이야기를 읽노라니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랐다. 어린 시절만이라도 시골에서 자란 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었다. 이런 축복 같은 일을 내 아이에게 주지 못한 죄책감도 든다. 미국은 81%가 도시에서 산단다.(30)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장 시골에서 살 수는 없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시골스럽게 살 수는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38) 그건 바로 우리 집에 최대한 많은 식물들로 채우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할까? 그것은 내가(혹은 내 아이가) ‘생명 공포증’(56)에 걸리지 않도록, ‘자연 결핍 장애’나 ‘식물맹’(78)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식물에서 멀어질 때 분명히 안 좋은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치유는 조금이라도 식물을 가까이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곳에서 인생의 값진 가치들을 배웠다. ‘우리 가족이 힘을 합쳐 일군 이 공간에서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각자의 생체 리듬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인내와 존중, 신뢰를 배웠다.’(26) 식물을 키우는 일에서도 배움은 일어난다. 배움이 학교나 학원, 책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연과 함께하면서 우리는 더 큰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브리짓이란 사람의 말은 인용해보자. “그래서 자꾸 이곳에 와서 일을 하게 되나 봐요. 게다가 손에 흙이 묻는 것도 좋아요. 왠지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명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데, 손에 흙을 묻히고 잡초를 뽑다 보면 제대로 명상을 한 것처럼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몇 시간이고 그렇게 있을 수 있죠.”(54) 그의 말은 참 말이다. 무아지경을 느껴보고 싶으면 밭으로 나가서 풀을 뽑으면 된다. ‘식물을 관찰하다 보면 현재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속도에 개의치 않고 느긋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88)
식물 키우기에 가장 실용적인 페이지는 213~215쪽의 ‘식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를 읽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