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으로 산다 - 왕양명의 《전습록》 읽기 이음 클래식 2
임홍태 지음 / 문헌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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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의 전습록은 쉬운 책이 아니다. 철학적 깊이가 깊고, 우리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이다. 동양학적 기본이 갖추지 않고 바로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책이다. 전습록을 바로 읽기 전에 이 책과 같은 입문서를 읽고 전습록을 읽으면 무척 도움이 될 것 같다. 사견이지만 전습록은 이 책에서 24쪽에서 인용한 정인재 한정길 역의 책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전습록을 읽어 보고, 양명 사상에 대해 약간 들은 바가 있지만 그분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많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주자의 학문 체계에 길들여져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양명학의 핵심인 양지와 이에 따른 치양지는 주자학에서는 없는 내용이다. 처음 양명학을 접했을 때 이들 개념이 절대자를 만나는 느낌이었고, 양명학이 학문이 아니라 종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미지의 세계였다.

 

그렇지만 양명학을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깊이가 있었다. 주자학을 극복하고 세워진 학문이라는데도 이견을 달지 않겠다. 주자학의 꽉 막힌 느낌이 양명학에서 뻥 뚫린 것처럼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꼭 한번 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읽었다고 말할 이는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쉽게 쓰였고, 사례도 많이 들었지만 전습록을 쉽게 풀어쓰는 일이 결코 녹녹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80쪽의 공부는 하나다와 같은 글은 정말 좋은 글이고, 참으로 실용적인 글이다. 하지만 한 번 읽어 이 글을 이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심자라면 10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불현듯 깨우쳐지는 바가 있을 것이다.

 

2장은 누구나 성인 될 수 있다이다. 그러나 하위 절에는 네 마음속에 성인이 있음을 믿어라라고 되어 있다. 내 안의 성인을 드러내기만 해도 된다. 하지만 내가 성인이고,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세파에 휘둘리다 보면 숭고한 정신을 잃고 방황하기 일 수다. 물론 나 역시 성인이 되고 싶기에 문뜩문뜩 놀라며 성인의 길로 되돌아오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정말로 쉽지 않다. 사욕을 제거하고 천리를 따르는 게 진정으로 쉬운 길임을 알지만, 이 육체는 왜 인욕으로 가득한 길을 가는지 모르겠다.

 

모든 장에서 진정한 공부나 양지의 실현을 개념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먼 나라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데에서 공부가 이루어진다는 말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명학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사실 실천은 바로 지금 여기의 일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쉬우면서 어렵다고 한 것이다.

 

책을 재독할 때는 전습록 책을 구해다 놓고, 인용구를 바로 찾아서 읽고, 글의 전후 글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정인재 역의 전습록을 보면 친절한 인용과 해설이 있어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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