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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평점 :
표지 사진이 너무 예쁘다. 눈 쌓인 들판에 외로운 나무 한 그루, 그 나무엔 눈이 앉아 있다. 하늘은 노을의 붉은빛이 오묘하게 보인다.
나는 나무를 너무 사랑하고, 감사해 하고 있다. 또 몇 그루 안 되는 나무를 키우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퇴직 후에는 나무 키우는 일로 주요 일과로 하여 살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아니 꼭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너무 소중한 책이다. 나무를 조금이나 알게 해 주었고, 또 조금 더 나무를 이해하게 해주었으니깐!
저자가 시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철학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일까? 시처럼 글이 절제되어있고, 철학적인 깊이가 있고,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또 어떤 면에서는 나무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가 보이기도 한다. ‘나무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무는 생각하지 못하지만 나무의 역사와 나무의 생태를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정확이 무엇이라 찍어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읽고 나서도 그 궁금증이 다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저자의 출발점은 다음 문장으로 알 수 있다. ‘오늘날 알게 된 나무의 존재 방식, 나무와 환경의 조화에 대한 사실들을 어떻게 우리 삶의 방식에 활용해 볼 수 있을까?’(7) 이 문제의식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읽은 문제의식이었다.
우리 먼 조상은 분명히 나무에서 살았다. 나무는 잠자리를 제공해주었고, 먹을 것을 주었다. 나무에서 태어나고 나무에서 죽기를 오랜 시간 동안 했다. 인간이 나무를 떠나긴 했어도 나무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다. 집의 재료가 되어 주었고, 여전히 나무 열매로 인간을 키웠다. 때론 땔감으로 인간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또 나무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지적 능력도 향상시키기까지 한다.(26, 28) ‘실제 나무가 아닌 나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안정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행복감을 만들어 낸다.’(33) 그뿐 아니다. ‘나무가 있는 산책길에서 걷는 노인들이 대도시에서 걷는 노인들보다 적어도 5년은 더 산다.’(36)고 한다. 정말 나무와 숲의 능력은 대단하다. 이 외에 나무가 주는 이익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물을 흡수하고, 물을 배출하고, 공기를 맑게 해 준다는 사실은 기본이다. ‘나무는 해마다, 궁극적으로는 죽을 때까지 풍요로움을 준다. 또한 무엇도 버리거나 땅에 묻지 않고 전부 재활용한다.’(159)
우리는 나무의 신비한 능력을 모두 다 알지는 못한다. 그중 하나가 식물이 서로 대화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인간처럼 하는 대화는 아니다. 나무의 뿌리에는 균사라는 0.01mm 정도의 미세한 섬유를 통해 지하 세계에서 100배 멀리까지 탐사할 수 있다고 한다.(70) 그런데 인간 문명이 이런 나무를 괴롭히고 있다. ‘재배된 나무에 비료로 영양분을 공부하면 나무는 공생하는 균류에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아 결국 균류는 곳곳에서 사라져 버린다.’(71) 인간의 문명이 나무를 여러 가지 면에서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의 기록 몇 가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추정 연령이 5067년인 소나무(84)이고, 지금까지 측정된 가장 큰 나무는 높이가 132.6m인 유칼립투스 레간스(92)라고 한다. 이스라엘 마사다의 요새에서 약 2000년 만에 발견된 대추야자나무의 씨앗이 싹을 틔워내기도 했다.(97) 거목에는 100만 이상의 개체로 구성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잎이 무리 지어 있다.(120) 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비밀들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