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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여행 - 당신에게 주는 선물
한정은 지음 / 황금부엉이 / 2019년 6월
평점 :
‘여행, 잠시 멈춰 서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볼 용기’(4)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 여운을 남긴다. 전투적인 여행 말고 ‘잠시 멈출’ 수 있는 여행은 다르다. 보고 감탄만 하는 여행도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여행을 추구하는 여행 책이다. 그래서 여러 곳의 카페를 소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 한잔 마시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서울책보고’ 같은 서점을 소개하고, ‘전등사’나 ‘백양사’ 같은 절을 소개하는 것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무슨 의미일까? 솔직히 많은 사람들은 ‘움직이는 것 자체’를 귀찮아한다. 일단 떠나면 그 좋은 것을 출발을 못하고 있을 때 떠날 수 있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용기는 ‘훌쩍’ 떠나는 용기 같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거창한 계획이 없어도 여행은 그 자체로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기분을 전환해주기 때문이다.’(4) 지나친 계획은 ‘우연’을 줄이는 일이다. 그저 여행 지도나, 가벼운 책 한 권으로 떠나는 여행도 좋다. 이 또한 어떤 이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서울역 기준에서 한 시간, 두 시간에서 다섯 시간까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역 기준이라는 것은 대중교통수단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 자가용이 없는 분도 많기에 이런 기준은 너무나 당연하고 좋다. 여기서 세 번째 ‘용기’를 발견했다. 자가용이 있어도 차를 두고 떠나는 ‘용기’말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순간 정신없이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멋있는 풍광을 보기야 하지만, 사색은 어렵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자가용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잠들지 않는다면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지역적 편중이나 여행지 종류의 편중은 작자의 고유 선택이다. 하지만 같이 나온 책 ‘하루 여행’이 아니라 ‘이틀 여행’이기에 좀 멀리 있는 지역을 더 많이 소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산도 ktx로 세 시간이면 간다. 어찌 보면 부산조차 하루 여행지이다. 하지만 부산까지 갈 때에 하루만 있다 오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있다. 서울, 경기, 인천이라고 해도 하루는 묵어야 할 만큼의 콘텐츠가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화성당, 조양방직, 전등사를 소개한 ‘강화도’는 적절했다. 대신 서울책보고, 서울 식물원 같이 동떨어져 하루에 갔다 올 수 있는 곳은 좀 아쉬웠다. 물론 장소는 훌륭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틀 여행’의 컨셉과 안 어울린다는 소리다. 각 장을 시간으로 나누지 않고, 지역으로 나눴으면 어땠을까?
출판사에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틀 여행’의 핵심은 ‘잠’을 하루 잔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숙소’ 정보가 없다. 물론 템플스테이, 호텔 등을 소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qr코드 옆에 숙소 항목을 추가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또 하나 각 장마다 독자 코너인 ‘여행 계획 세우기’가 있다. 모두 10장 20쪽이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면이 아깝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이는 책에 밑줄도 안 긋는 사람도 있다. 공책도 흔하고, 스마트폰 메모장 활용도 능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이런 공간이 있어야 할까? 대신 그 장에서 소개된 장소를 지은이의 시각에서 이틀 여행으로 묶어서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여행 책에 지도나 약도가 없는 것도 아쉬움이기도 하다. 주소가 있지만 공간개념이 부족한 나 같은 사람에게 지도나 약도는 큰 도움이 된다. 하기야 스마트폰으로 이름만 치면 찾아주니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풍부한 사진으로 인한 화려한 느낌이 좋다. 작가 개인의 여행 취향을 엿보는 것도 좋았다. 서울에 소개된 몇 곳은 바로 이번 여름에 다녀올 생각이다. 서울책보고와 서울식물원은 꼭 갈 것이다. 강화도의 몇 곳을 묶어 보고, 춘천도 가보고 싶다. 일단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