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문법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7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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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바벨탑 공화국’을 읽은 지가 바로 얼마 전인데 또 신작이 나왔다. 다작하는지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말 대단하다. 내용도 모두 만만치 않다. 40개의 이야기가 모두 무게감 있다. 뭔가를 배워야 할 것 같고, 저절로 밑줄을 긋게 만든다. 재독, 삼독을 부르는 상황이다.

 

40개의 주제의 시작이 모두 ‘왜’이다. 결론으로부터 질문을 만들어 내고, 이를 타이틀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똑같은 사회현상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자처럼 ‘철저히 파헤치는’ 사람도 있다. 인생이 피곤할 것 같다. 뭐하나 그냥 넘기지 않고 끝까지 파해지려는 모습, 지적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경지다.

 

모두 8개의 장이 5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40개가 된다. 이런 구성을 보니 저자가 ‘강박증’이 있나 하는 의심이 든다. 쓰다 보면 어느 장은 많고, 어느 장은 적고 했을 것인데, 모두 5개를 맞추려고 했을까? 저자의 ‘습관’일 수도 있겠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려고 한 까닭은 개인적인 사소한 습관들을 떨쳐내고 싶어서였다. 결론적으로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크게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런 습관과는 결이 다른 주제들이다. 너무 철학적이라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습관’이 이렇게 무거운 주제가 될 수도 있다는 ‘머리 아픔’을 오히려 얻었다.

 

나에게 도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주제 ‘왜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번만”이라도 해보는 게 필요한가?’의 부제는 ‘작은 습관의 힘’이다. 기즈가 쓴 ‘습관의 재발견’을 소개하면서, 하루 30분 운동이 쉽지 않으니, 팔굽혀펴기 운동이라면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번만 하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한때 나도 하루에 30분은 운동을 해야 되지 않겠냐며 목표를 세운 적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실패였다. 그 대신 하루 딱 한 번만 하자로 하면 어떻게 될까? 그 딱 한 번도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궁극에 하루 30분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 중에 21번째 이야기 ‘왜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 될까?’가 있다. 부제는 ‘사회적 촉진’이다. ‘동물들도 남이 보고 있으면 더 잘한다.’를 읽을 때는 웃음이 나왔다. 이런 것들이다. ‘바퀴벌레는 다른 바퀴벌레가 보고 있으면 더 빨리 뛰고, 개미는 다른 개미들이 옆에 있을 때는 흙을 빨리 파고, 다른 닭과 함께 있는 닭은 혼자 있은 닭보다 모이를 60퍼센트까지 더 먹는다.’고 한다. 요즘 수업 현장에서 하브루타를 하고, 협동학습을 하는 것도 결국 이런 효과를 보자는 것 아닌가. 물론 극소수의 내성적인 사람은 ‘사회적 저하’를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노련한 교사라면 내성적인 사람조차 협동학습을 통해 학습을 높게 성취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27번째 이야기 ‘왜 지갑에 아기 사진을 넣어두는 게 좋을까?’의 부제는 ‘클루지’다. 클루지는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지만,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지갑을 찾아주는 실험을 했는데 지갑 속에 사진이 들어있지 않거나 노인 사진을 넣어두는 것보다는 강아지 사진이나 아기 사진이 들어 있는 지갑 회수율이 높았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의 한마디 ‘이성적으로 해결이 안 될 땐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클루지를 쓴다고 해서 큰일 날 것 없지 않은가’

 

습관에 대한 지적 유희를 즐긴 기분이다. 저자의 다음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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