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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공부가 끝나면 아이 공부는 시작된다 - 세 아이를 영재로 키워낸 엄마의 성장 고백서
서안정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5월
평점 :
엄마 공부가 끝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말하는 10가지의 엄마 공부는 말이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엄마 공부 1(45)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키울 수 있습니다.’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쉽지 않다. 노력해야 한다.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말은 어떠한가?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능력을 더 잘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은 내밀한 삶에 대한 태도이기 때문이다.’(50) 고민이 된다. 지극히 좋은 말이고, 당연한 말이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정말 정말 어렵다.
그런데 엄마 공부가 끝나지 못하면 언제 아이 공부가 시작되는가? 끝내 엄마 공부가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엄마가 완벽하기를 언제 기다린다는 말인가! 우린 결국 좌충우돌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다. 좋은 엄마가 되기를 바라고 그 길로 가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저자라고 다르지 않은 듯하다. 자녀교육의 강사로 여기저기 다니며 강의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힘들게 자랐다고 고백하듯, 자녀 교육서 열권도 제대로 읽지 못한 대부분의 엄마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또 저자 같은 전문가도 자녀교육의 완성을 이루지 못한 것처럼 누구도 자녀교육의 완성을 있을 수 없다. 물론 자녀가 성인이 된다면 마무리라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는 다 다르다. 같은 아이가 없다. 그리고 아이는 커 간다. 아이는 늘 다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마음이 뻥 뚫리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답답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 저자가 이런 것을 노린 것일까? 아이는 이러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엄마 본인이나 잘 챙기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엄마 공부 10가지는 모두 이런 유의 것이다.)
만약 부모가 부족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엄연한 현실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부모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 부모가 모두 맞벌이를 해야 하고, 어쩔 수없이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 ‘하교 후 남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고 그 학원의 숙제로 잠잘 시간도 부족한 상황까지 아이를 내몰지 않으면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는 충분히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56) 누구의 잘못인가? 숙제를 못하는 아이의 잘못인가? 아니면 숙제를 하지도 못할 상황을 만든 부모의 잘못인가?
자녀 교육서에서 종종 발견되는 일반화의 오류는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누구 집 아이를 이렇게 키웠다고 우리 집도 그렇게 키울 필요는 없다. 아니 반대로 반드시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 방식에 맞는 그 방식으로 키워야 한다. 이 책의 저자도 3명의 아이를 다 다르게 키웠다. 능력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니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 집 아이들 저자의 방식대로 키우면 어떻게 될까? 또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그는 전문가이기는 하지만(자녀 교육서 1500여권을 읽었으니까 그렇게 불러줘도 되지 않을까?), 학자는 아니다. 학자 수준으로 공부를 했지만, 저자는 자녀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다. 자기 자녀에 대해서는 확신에 찬 말을 한다 한들 뭐라 할 일이 없지만, 그 말을 듣고 저자를 추종할 필요는 없으며, 반드시 추종해서도 안 된다. 내가 이 문단에 ‘반드시’를 두 번이나 쓴 것을 의식하고 있다. 이 책이 나쁘다거나 잘못 쓰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 엄마는 이렇게 아이를 키웠네 하고 귀감으로 삼으면 그만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엄마 공부의 10가지를 나에게 되돌아보고,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야지. 나를 위해 선물을 해야지. 나를 위해 시간을 써야지. 그러고는 그것들을 모두 아이 공부로 바꾸어서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즐기는 거예요(80)라는 말을 읽으면 아이에 대해서도 ‘인생은 즐기는 거란다’라고 적용해 보았다는 말이다. 그 말이 성립된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만, 성립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인생을 즐기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아이에게 무조건 인생을 즐기라는 말을 하기 쉽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결국 나는 인생은 즐기는 게 맞지만, 즐길 수만은 없다로 결론지었다.
# 내일 비를 맞지 않으려고 오늘 미리 우산을 쓰고 있을 필요는 없다.(18)
# 아이의 현재 모습을 부족하다는 시각보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았으면 좋겠다.(73)
# 꿈이 없는 아이는 어쩌면 부모 때문에 꿈꾸기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