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1쇄 발행 / 2008년 1월 30일 

  지은이 / 천운영 

  펴낸이 / 고세현 

  펴낸곳 / (주)창비 

  반양장본 | 272쪽 | 211*144mm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  

P22  

열여덟. 거칠것도 없고, 예측하기도 어려운 나이.  

순종적이면서도 반향적인, 신중하면서도 가벼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에게 쉽게 전염되는 그런 나이. 

그 나이 자체로도 위험이되는 나이.

P25 

수없이 무릎꿇고 절을 하고 굴종했을 노파의 굽은 등. 

순종하고 감추고 주눅들고 좌절했을 저 어린 녀석의 등. 

그는 그 움츠린 두 등이 서로 쓰다듬고 위안하고 말을 걸고 있는 것 같다. 

나란히 걸어가는 두 등은 그렇게 서로 소통하고 있다. 

갑자기 그는 자신의 너른 등짝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외면하고 고집 피우고 침묵하느 그의 등. 

혼자 쓸쓸히 걸어가는 등. 

바람이 그의 등을 휙 후려치고 지나간다. 

그녀의 눈물 사용법 

P57 

눈물은 감정의 늪이다. 

유약한 인간들만이 제가 만드 늪에 빠져허우적거리는 법이다. 

눈물은 극복의 다른 이름이다. 

아픔과 고통에 대한, 조롱과 비난에 대한, 슬픔과 고독에 대한 굴복의 징표다. 

P174 

사회와 역사에 대한 집착과 고민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죄책감따위는 개에게나 던져주어라. 

짐지어야 할 의무와 책임보다는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가 우선이다. 

타인의 삶에 관여하지말고 영향받지도 말아라. 

적절한 거리와 적당한 교류. 농담과 냉소. 위악과 가면. 침착하고 태연하고 서늘한 태도. 

그것이 쿨한 세상을 만든다. 

백조의 호수 

P207 

봄은 여자에게 위태로운 계절이었다. 

흩날리는 꽃잎과 따사로운 봄볕은 여자의 마음을 자주 흔들어놓았다. 

.... 

한가로움은 잡념에 빠지게 하는 가장 위험한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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