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상대방과 그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게 되면  

나는 새삼스럽게 말이라는 것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머리가 번잡스러워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 낭비되는 팽대한 말들이 내게는 너무도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내 가슴속에 감춰진 이 체념을 이해시키고자하는 정을 

쾌불쾌(快不快)의 정에 간단히 연결시키고 만다. 

일상적인 단 한숨의 쾌(快)를 위해 많은 말을 사용하는 것을 나는 치졸하게 여기는 것이다. 

더불어 세상 사람들의 무지가,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나의 희망을 근원부터 끊고 만다.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교만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심정 탓이었다. 

그러나 감히 반박하자면, 

이러한 교만은 별스럽게 단지 나라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일 리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보다도 훨씬 학식이 뛰어난 이에게는, 

나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또한 내 경우와 똑같이  

허무한 것이리라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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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2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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