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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창문 - 2019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이어 <제 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또한 모두 여성작가의 작품들로 꽉꽉 채워졌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찾아읽었다.
(***최근 ‘이상문학상‘ 사태가 불거지면서 문학상의 심사위원, 저작권, 시상식 뒷풀이 등 문학상 뿐만 아니라 문학계 전반의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저 문학이 좋아 찾아 읽는 독자로서는 문제의 시작이 된 ‘이상문학상‘ 뿐만 아니라 다른 문학상 전반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가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등단 비등단 문제, 예술인의 건강보험료 해촉증명서 문제 등 문학계의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책을,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이상문학상‘ 사태를 시작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부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일단 심사평과 대상 수상 소감이 가장 먼저 수록되어 있어 놀라웠다. 심사평에는 ‘호텔 창문‘의 줄거리를 비롯한 심사 경위가 상세하게 드러나있어 책의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적어도 수상작 뒤에 실리는 것이 맞지 않나 싶었다. 독자로서는 아무런 실마리 없이 작품 부터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대상 수상작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심사 경위가 나와있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수상작품집의 경우 심사위원의 해설을 읽는 것도 큰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혜영 작가의 수상 소감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버지의 노동을 목격했던 일화를 적은 글로,‘노동의 목격‘이라는 제목부터 ‘그것이 작가로서 내가 가진 거의 전부이다.‘라는 마지막 문장까지.
단행본을 통해 읽은 이주란 작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읽는 작품들이었다. 한 편 한 편 모두 즐겁게 읽었지만 김금희 작가의 ‘기괴의 탄생‘을 꼭 언급하고 싶다. 문장과 그 안에 담긴 표현의 섬세함, 김금희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세심함과 다정함은 시간이 거듭될수록 더 좋아진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1도를 포착해 풀어내는 문장들, 흐름들.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인 거잖아요.˝ 나는 김금희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따뜻한 물에 가장 좋아하는 배쓰밤을 푼 채로 반신욕을 하는 기분이다. 비록 욕실 밖은 전쟁터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몽롱하고 나른하게 어떤 희망, 사랑, 연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기괴하다는 표현은 이 소설에 어울리는게 아닐까 생각했던 김사과 작가의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라는 작품을 읽으면서는 단번에 이건 김사과의 소설이다,라고 납득했다. 수영과 한비 두 친구의 이야기로, 뒤틀린 현실 속에서 억지로 목구멍을 젖히고 하하하하하하하 웃을 수밖에 없는 한비의 부모님이 마음에 길게 남는다. 그리고 쿵 떨어지는 절망. 지나치게 현실이어서 도무지 현실같지가 않은 그의 소설 세계.
미처 언급하지 못한 다른 작품들 또한 한 편 한 편 소중하게 읽었다. 아쉬운 작품 없이 일곱 편 모두 상당히 완성도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 번에 읽을 수 있어 기뻤던 독서. 덤으로 아름다운 표지 덕에 기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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