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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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삶을 살아냈던 25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박경리를 비롯한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담겨있다.



무엇보다 책의 ‘쓰다-싸우다-살아남다‘의 3부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온갖 제약들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노력했던 여성들의 삶을 나타내기에 더없이 적합한 표현이다. 또한 ‘글 쓰는 여자는 결국 이긴다‘를 비롯한 선언적인 문장이 한 명 한 명의 여성에게 주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 문장들은 글 한 편의 소제목과 마지막 문장으로 쓰이는데 ‘A는 B다‘라는 단순한 문장 구조가 가진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흔들림없는 확고함.



적지 않은 수의 여성을 소개하다보니 한 개인의 복잡다단한 삶의 맥락보다는 ‘여성, 글쓰기, 삶‘이라는 주제에 맞춘 저자만의 시각이 돋보인다. 이는 이 책만의 강점이기도 하고 읽는 이에 따라서는 아쉬운 점이기도 할테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반갑고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도 차별과 억압에 대항하는 꿋꿋하고 강인한 투쟁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는 문장을 자주 떠올렸다.



이 책이야 말로 롤모델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훌륭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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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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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한다. 때로는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 한다.‘(198p)



좋아하는 것에 바치는 순정같은 소설 <GV 빌런 고태경>. 전작 흥행에 실패한 영화감독 조혜나가 GV빌런 고태경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초반에는 생계 유지는 물론 다음 작품 제작에도 난관을 겪고 있는 주인공 혜나의 시니컬함에 살짝 당황했지만 곧 영화 업계에 대한 촘촘한 묘사와 흥미진진한 전개에 푹 빠져 읽었다.



일단 행사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인 GV빌런을 조명한다는 소설의 설정 자체가 재미있다. GV 빌런은 GV(Guest Visit)행사에 등장하여 분위기를 흐리는 빌런을 뜻하는 용어다. 가장 새로웠던 점은 시선의 방향을 틀어 이들에게 구체적인 서사와 존엄을 부여한 데에 있다. ‘그들의 얼굴이 화끈해지도록 일침을 가하고 싶‘어서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혜나 또한 고태경을 따라다니며 그의 사연과 생각을 접하며 변화한다. 결국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혜나가 확인하게되는 것은 고태경과 그녀의 접점, 영화를 향한 사랑이다.



영화. 이 소설도 영화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차있다. ‘시네필끼리 연애하다 헤어지면 영상자료원이나 아트시네마에서 마주치게 된다.‘는 문장을 읽고 한참 웃었다. 이 외에도 소설 속에는 영화 지망생이나 시네필 뿐만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제법 흥미로울 구절들이 가득하다. 특히 전작의 실패에도 계속해서 영화를 찍는 조혜나, 20년째 입봉을 준비하고 있는 GV빌런 고태경, 유튜버로 전향한 윤미 등 영화와 연결된 이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조명하며 현실과 꿈의 균형을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GV빌런 고태경>은 유예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또한, 이 책을 빌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꿈이 있든 없든 ‘모든 영화는 완결되어야‘ 하며 여기서 영화는 곧 삶이며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고 말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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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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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굉장한 보물을 얻은 기분이다. 소설 속에서 세심하고 다정한 문장들로 그려지는 김금희의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니. 이 책은 저자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무조건, 정말 무조건! 저자가 마음 속에 자리한 기억들을 꺼내어 보듬고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독자들에게 건네기까지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나는 이 산문집을 읽고 나서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산문집을 읽으며 내가 떠올린 것들은 다음과 같다. 차분하고 섬세하고 예민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저자의 시선. 누구에게도 상처주고 싶거나 상처받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빙 돌아서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내딛는 발자국.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의 유년 시절, 작가로서 소설을 쓰면서 받은 영감과 문학관,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는 태도 또한 엿볼 수 있다. 차분하고 진지하며 따뜻하고 다정하다.



사람, 마음, 연결, 사랑. 나는 이 네 가지 중 아무것도 믿지 않겠다고 종종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지만 저자의 산문을 읽고 나니 왠지 그것들을 믿어 보고 싶어진다. 사랑을 믿게 된 나 자신은 전과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 어쩐지 슬프고 두렵고 가냘프고 불안정한 대화만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해피 엔딩‘일 것이므로.



주말 내내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한 편씩 꼭꼭 읽었지만 어쩐지 너무 빨리 읽어버린 것 같다. 이번에는 조금 천천히 밑줄 그은 구절들을 되짚으며 읽어나가야지. (덧. 표지와 띠지의 구성 및 색감 정말 어여쁘다. 동네 서점판도 구하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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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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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이라는 문구에 혹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둠의 눈>은 40년 전에 출간된 딘 쿤츠의 소설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이를 찾기 위해 나선 크리스티나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서스펜스, 미스테리, 로맨스, 첩보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져있어 속도감있게 읽힌다.



가장 독특했던 부분은 초자연적인 힘의 등장이다. 개인적으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의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소설에서도 쉽게 수긍가는 설정은 아니었다. 다만 이 설정이야말로 크리스티나가 아들을 찾아 떠날 수 있는 동력이자 감동적인 마무리의 키포인트가 되어주기 때문에 소설 전개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미스테리의 짜임이나 예측가능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플롯의 전개나 인간미 넘치는 인물 설정은 인상적이었다. 고전적인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내게는 크리스티나와 엘리엇의 만남이야말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즐거웠던 부분이다. 운명적인 이끌림, 서로에 대한 신뢰, 함께 고난을 겪으며 더욱 돈독해지는 사랑. 뻔한 이야기같아도 제대로 잘 쓰여지기만 한다면!



작금의 사태로 전세계적인 재조명을 받고 있는 소설이라고. 스티븐 킹과 함께 서스펜스 소설의 양대산맥으로 손꼽히는 작가라는데 <어둠의 눈>이 초기작이라니 조금 더 무르익은 시기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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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띵 시리즈 1
이다혜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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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주제로 책 한 권을 쓰는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렇지만 이다혜 작가님의 에세이인만큼 기대하고 읽었다. 역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조식을 주제로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다니.



책을 읽으며 나의 조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사실 나에게 아침으로는 간단한 과일과 요거트 정도가 적당하다. 그마저도 평일엔 건너뛰는 편이 많고 주말에도 아침 겸 점심으로 때우는 편이다. 그래도 여행 중 호텔의 조식은 좋아한다. 무엇을 먹든 먹지 않든 즐거운 기억으로 남은게 여행이니 당연한 소리일까.



그런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꿀팁은 오트밀 조리법이었다(!) 아침식사로 오트밀만한게 없다는 말에 홀려 쟁여두었었는데 영 종이 씹는 맛이라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1) 전날 밤에 요구르트 부어놓기 (2) 전자렌지에 돌려 먹기 두 가지 모두 꼭 시도해봐야지.



이 외에도 오지은 작가의 <이런 나라도 떠나고 싶다>를 읽고 보내는 편지, 아침밥 차리기와 여성들의 수난사(?), 냉장고 파먹기와 열흘 내내 만두 먹기 등등. 이 책으로 오랜만에 에세이 읽는 기쁨을 온전히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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