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스어의 실종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95
아시아 제바르 지음, 장진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평점 :
https://blog.naver.com/ji_mauvais/221391841188
처음 듣는 작가와 작품. 아시아 제바르는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이며, 프랑스어권 문학에서 고전 반역에 오른 아랍 작가라고 한다. 알제리와 프랑스 두 나라를 건너다니며 두 국가와 언어를 종횡무진했던 아시아 제바르. 그녀의 열 한번째 장편소설인 <프랑스어의 실종>이 국내 초역되었다.
선뜻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여성/남성, 지배/피지배, 프랑스어/아랍어 등의 대립쌍과 그 경계에 선 인물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나 또한 어디에 있든 스스로를 항상 이방인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다.
<프랑스어의 실종>은 망명지인 프랑스에서 20년동안 살다가 고국 알제리로 돌아온 베르칸을 주인공으로 한다. 이 소설은 베르칸의 현재와 과거가 뒤엉켜 서술되며, 서술자또한 1,2,3인칭을 넘나든다. 그래서 초반에 제대로 작중 상황을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2부 '사랑, 글쓰기'에서 베르칸과 그의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될 때는 제법 흥미로웠다. 베르칸이 망명생활을 하는 동안 프랑스에서 만났던 마리즈, 귀향한 후 알제리에서 만난 나지아. 베르칸은 프랑스어와 아랍어를 모두 사용하지만 마리즈와 사랑을 나눈 직후 아랍어로 속삭이며 왠지 모를 갈증이 해소되는 것을 느낀다. 단순히 언어 그 자체가 가진 느낌만을 고유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걸까? 역시 언어는 국가이고, 역사이며, 민족인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시아 제바르와 <프랑스어의 실종>. 소수자들의 이야기, 약자의 이야기를 수려하게 담아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사실 프랑스와 알제리의 역사는 나로서는 굉장히 생소해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고 이 점이 독서를 더디게 만들기는 했지만 몰랐던 역사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사실 당신이 자기 자신을 어떠한 의미에서든 소수자 혹은 이방인이라고 느낀다면 이 소설을 꽤 흥미롭게 읽게 될 것이다.
(*을유문화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