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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ㅣ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평점 :
뒤라스가 자신의 '비밀스레 겪어낸 개인적 체험'을 엄격한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바로 그 작품 <모데라토 칸타빌레>가 문지스펙트럼의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얇고 가벼운 책이라 가지고다니며 읽기도 좋은 크기다. 예전 판본을 생각하면 굉장히 새련된 새 옷을 입게 된 셈이다. 이 작품 외에도 문지스펙트럼의 라인업들이 꽤 흥미로운데 이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시 <모데라토 칸타빌레>.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은유적이다. 장면들은 별다른 극적인 상황 없이 수많은 대화들로 채워져있다. 여주인공 안 데바레드가 작품의 첫머리에서 '죽음으로 실현되는 절대적 사랑의 장면'을 목격하고 이에 매혹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는 공장지대의 카페에서 쇼뱅이라는 노동자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며 앞선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는데, 이들의 대화에는 암시가 가득해서 직접적인 행위의 묘사 없이도 에로틱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렇게 섬세함으로 가득한 장면들은 뒤라스 특유의 문장으로서 완성되는데, 이는 허겁지겁 책을 읽어치우는 나로서는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봐야할, 그런 종류의 문장이다.
사랑의 광기와 죽음. 이 책을 덮으며 단 한 번 사는 인생, 그런 격정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솔직할까.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서술했듯 사랑은 결국 의지이며, 수많은 이들이 증명했듯 사랑은 또한 환상이다. 어쩌면 자기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한 환상을 만드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의 상대는 나의 환상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게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시시각각 바뀌어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잔느 모로가 연기한 동명의 영화(1960년)가 강렬하다던데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