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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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왔다. 안 좋을 리가 없겠구나. 저자들의 이름을 봤을 때도 역시 직감했다. 안 재미있을 리가 없겠구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김하나, 황선우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되면서의 이야기들을 엮어낸 에세이집이다. 서로 비슷한 면도 많고 다른 면도 많은 두 사람이 함께 살기로 결심하고, 함께 공간을 꾸미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가족을 이루는 과정은 내 눈을 번쩍 뜨게 해주었다. ‘그래 내가 원하는 내 미래의 모습도 바로 이거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이 더욱더 대두되고 있는 지금, 두 저자의 이야기는 공동주거라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누구나 혼자인 시대라지만 그 혼자를 벗어나는 방법이 이성과의 결혼이라는 제도 하나뿐이라는 건 이제는 너무나 편협한 소리다!

읽는 내내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다녔는데 이제 더 큰 소리로 말하고 다녀야겠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안읽어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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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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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런 소설이 있었다니. 개정판이 새로 출간되지 않았다면 영영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92년도에 쓰여진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은>. (94년도에 드라마화 된 적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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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에서도 언급되듯 주인공 강민주는 현실적인 인물이 아닌 신화적인 인물이다. 여성우월론자 또한 아니다. 그녀는 뿌리깊은 가부장제와 그 질서를 향해 전쟁을 선포한 전사같다. 냉철하게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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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요 사건은 강민주가 인기 남배우 백승하를 납치한다는 것인데, 이미 흥미진진하다. 백승하는 일견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인 것도 같지만 사실 그는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자각 없이 그 흐름에 편승했다는 것만으로도 죄가 있다. 물론 이 소설의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강민주와 백승하의 만남이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외젠 이오네스코의 <수업> 이라니! 솔직히 이 극중극은 읽으면서도 정말 감탄했다. 작가의 노련한 솜씨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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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주가 극단적으로 강인하게 그려진 캐릭터이고,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하기에 그녀의 생각을 읽어나가는 묘미가 있었다. 자신을 선구자 격으로 여기는 듯한 그녀의 선선함 또한 인상적이었다. 서점 추천메모에 붙어있었던 것처럼 ‘개 쎈’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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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대립하지 않고, 각자 동등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데 유용하게 쓰여야 할 사진’으로 소설을 봐달라는 작가의 말. 그러나, 92년에 쓰여진 이 소설 이후로 세상은 달라졌는가? 씁쓸하다.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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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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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이 가능해진다면 어떨까? 그 결과 여자아이만이 탄생한다면? <XX - 남자 없는 출생>은 로지와 줄스 커플이 난난실험을 통해 그녀들의 아이를 품에 안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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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구도로 사건을 몰고가거나, 가모장제 사회의 도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난난수정를 둘러싼 사회의 다양한 입장을 서술하고, 임신한 로지를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줄스의 심리를 그려내며 결국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동성 부모로 이루어진 가족이든, 생물학적 자식이든 아니든, 자식의 성별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결국 가족을 가족이게 만드는 것은 혈연과 유전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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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것 혹은 결혼하지 않는 것, 동성과 만나는 것 혹은 이성과 만나는 것, 아이를 낳는 것 혹은 낳지 않는 것, 정자 혹은 난자를 기증하는 것, 아이를 입양하는 것. 남성과 여성의 결혼과 그들의 생물학적 자식들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정상이라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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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숨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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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형식적이고 절제된 춤만을 춰온 무용수 제인. 그녀는 안무가 텐을 만나 본능과 욕망으로 가득한 춤을 춰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텐이 제시한 안무는 과거 제인이 마리 선생님, 맥스와 함께 늦은 밤 숲 속에서 추었던 안무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로 제인이 한 번도 춰 본적 없는 바로 그 춤. 텐의 목적은 그 때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제인을 파괴하는 것.

어딘가에서 추천 리뷰를 보고 계속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던 소설이다. ‘불온’이 들어가는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여성 무용수가 주인공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결과적으로는 아름다운 문체와 표현이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못미치는 면이 있어 아쉬웠다.

제인이라는 캐릭터가 조금 더 입체감있게 그려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 중간에 텐의 시점에서 다시 사건을 되짚는 장면은 굳이 필요할까 싶고. 결정적으로 떡밥은 많은데 결말에 다 회수가 안된 느낌이라 찜찜하다. 소재나 설정은 괜찮은데 짜임이 엉성하달까.

그렇지만 불온하다고 여겨지는 욕망에 대해 다룬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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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범죄자 세트 - 전2권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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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어든 장편소설. 기업의 횡포로부터 시작된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고 있는 추리소설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이 생각나기도.

주인공들은 기업이 고용한 암살자를 상대로 요리조리 죽음을 피하면서도 기업의 횡포를 알리기 위해 애쓴다. 이런 얘기를 읽으면 감탄 쯤은 해줘도 될 것 같은데 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다.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해서일까. 나 자신이 소설속 주인공들만큼 주변을 돌아볼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있다. 현실에서도 책 속에서도 위와 같은 일화가 비일비재하니 힘을 내서 맞서야겠다는 생각은 커녕 무력감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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