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아 -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 클래식 클라우드 4
김한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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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4번째 <페소아 x 김한민>편. 그동안에는 국내에 소개된 페소아의 책이 <불안의 책> 정도여서(포르투갈어 완역본도 무려 2015년에 출간) 그에 대해 궁금해도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렇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라고 쓰고 덕질 보고서라고 읽는게 아닐까 싶은..)로 만나게 되다니. 더욱이 지금은 민음사에서 김한민 역 페소아의 시집 두 권이, 문학과지성사에서 한 권이 번역 출간된 상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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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페소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아직 미미하지만 포르투갈에서는 국민시인(!)이며 특히 페소아가 죽을때까지 머물렀던 리스본에는 그의 발자취를 따아가는 명소 투어도 있다는 사실(...) 우려했던대로 이 책을 읽으니 리스본에 가고싶어진다. 저자는 별 거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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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의 이명들이 단순히 이름만 가진 존재들이 아니라 각각의 역사와 정체성을 가진 개별적인 인물들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다. 그 존재의 불안 속에서 문학을 계속하며, 무너지지 않고 살아간 페소아가 대단하달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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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 문학의 정수라는 시들이 더욱 궁금해지고(하지만 번역시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두렵고) <불안의 책>을 다시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뜬금없이 참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거라는 생각도. 페소아도 2019년 지금 자기가 이렇게 포르투갈의 국민시인이 될 줄은 몰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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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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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이라도 너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라는 거야. 네가 누구인지는 잠시 잊어버리고,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보라고.......”(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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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가 남성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서술할 수 있을 법한 아주 내밀한 감정들을 이토록 섬세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해내다니. 아, 이 책의 주인공 엘레나는 파울로와의 결혼생활에서 아무런 행복과 만족도 얻지 못하는, ‘더 이상 꿈꾸고 싶어하지 않는’ 상태의 여자다. 그런 그녀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자기 자신을 되찾기까지의 여정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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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욕망과 자기발견에 대해서 이토록 탁월하게 서술해내다니 그저 감탄뿐. 게다가 이 책은 <에로티카>보다 더 에로틱하고(!) 결말까지 아주 만족스럽다. 엘레나가 스스로가 누구인지 깨닫게 되고 그 자신으로서 바로 서기까지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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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연애에서도 하물며 친구관계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라면 유동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 관계를 지속시키고 살려내는 것 혹은 정리하는 것 사이의 선택은 개인의 몫일 것이다. 다만 어떤 관계에서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엘레나의 편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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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났던 작품은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과 책 <그녀, 아델>. 사람들은 여성들은 우리는 나는 욕망에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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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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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그의 형벌이었다. 그의 삶 전체를 내놓는 대가로 완전한 자유의 몸으로 죗값을 치르는 것이었다.(2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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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이후 두 번째로 읽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 열 두살의 앙투안이 옆집 어린아이 레미를 죽인다. 그 뒤로 마을을 뒤엎는 두 번의 폭우, 죗값을 이고 살아가는 앙투안의 인생. 이야기 자체는 하나의 사건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직조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고 전체적인 구성또한 매끄럽고 간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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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주제, 깔끔한 구성, 점차적인 사건의 확장, 주인공 앙투안의 심리묘사 전부 탁월하다. 소설을 덮을 때 느껴지는 인생에 대한 씁쓸함까지. 보통 작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스릴러 작품을 많이 쓴다던데 꼭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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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죄를 이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 어떤 방식으로든 죗값은 치뤄야만 하고 또 스스로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결국은 그렇게 된다. 인간에게는 원죄가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앙투안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 결국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통째로 내줘야만하는지도 모른다. 구원받을 수 있느냐 아니냐는 또 별개의 문제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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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4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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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명윤은 옥상의 콘트리트 난간에 기대어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억울함 같기도 하고 분노 같기도 한 격렬한 감정이 끓어오르며, 머리의 피를 일제히 정수리로 몰아 똘똘 뭉치게 했다. 울음의 단단한 핵만으로 이루어진 듯한 그 강하고 차가운 덩어리가 그의 몸을 앞으로 떠밀었다. 난간으로부터 도망치듯 물러서며, 그는 자신이 일종의 고비에 들어섰다는 것을 직감했다.(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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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전작 읽기는 여전히 온고잉중입니다. 작년에 마음먹었을 때는 새해가 밝기 전에 전부 읽겠다는 포부가 있었는데, 연이어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읽기에는 감정적으로 힘에 부치더라구요. 한 작품을 읽고 나서는 구절 구절을 곱씹고 또 넘쳐흐르는 감정을 비우는 과정이 꼭 필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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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을 읽고 있어요. 집어들기 전에는 유일하게 한 번도 읽지 않은 작가님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앞부분을 읽다보니 예전의 기억이 스멀스멀. 아마 초반만 읽고 그만뒀었나봐요. 이유는 기억이 안나지만요. 지금은 한자리에서 단번에 절반 정도 읽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문장이 참 단정하다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푹 들어오는게, 마치 섬세하고 예리한 유리조각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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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문학동네에서 나온 한국소설전집 정말 좋아해요. 커버의 통일성! 다만 저 겉표지를 벗기면 조금 무서운 진회색의 표지가 나와서 도서관에서 빌려읽기는 망설여져요. 하하. 사서 읽는 것으로.. 쪼르륵 모아서 서가에 꽂아두면 참 예쁠 것 같아요. 이 전집 중에서도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여럿 있는데 천천히 읽어볼 계획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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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잘 어울리는 표지. 글.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어요. 그 속에 파묻히고 싶은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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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번의 생사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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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를 벗기고 나니 예상치 못한 색감의 안표지가 나와, 반전매력을 보여준 미야모토 테루의 <오천 번의 생사>. 몇 년 전, <환상의 빛>을 읽고 반해버려서 이 작가의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이 너무 궁금한데 일본어를 배워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물론 아직까지 고민만 열심히 하고 있다. 작년 10월에 출간된 이 단편소설집까지 다 읽고 나니 절판되지 않은 그의 국내 번역서는 전부 읽어버린 셈이 되었고 나는 다시 일본어를 배워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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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번의 생사>는 작가가 ‘죽음과 기억 그리고 삶’에 대해 써내려간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삶과 하나가 되어 늘러붙은 죽음과 절망의 모양을 미야모토 테루는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극적인 사건도 해결도 없다. 하지만 문장들을 잘 들여다보면 어떤 위로가 보인다. 과거를 회상하는 인물들의 태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소설들 속 결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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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꼽고 싶은 작품은 단연 표제작 <오천 번의 생사>. 사는 것 죽는 것 살고 싶은 것 죽고 싶은 것 다 별 거 아닌 것 같다. 별 거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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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천 번 정도가 아니야. 오만 번, 오십만 번, 아니 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나는 죽어왔어. 맹렬하게 살고 싶어진 순간 그걸 확실히 알 수 있지. 그 대신 죽고 싶을 때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아. 수십만 번이나 다시 태어난 것을 알 수 없게 되는 거지.”

_〈오천 번의 생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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