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강승희 옮김 / 천문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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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옳았다. 어느 쪽이든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운명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졌다. 나는 언제나 그녀 곁에 있을 것이고, 그녀는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254p)’



예상대로 재미있었다. 위트있고 간결한 스릴러! 동생은 남자를 죽인다. 이유? 글쎄. 그냥 죽일 수 있으니까 죽인다. 어쩌면 아름다운 외모의 자신을 상품으로 보는 이들에 대한 복수같다. 간호사인 언니는 동생의 편에서 사후 처리를 돕는다. 언니에게 동생은 가족이고 곧 그녀 자신이다. 우월한 미모의 동생에게 질투도 분명 느끼지만, 권위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인 아버지 아래서 함께 살아남았다는 연대가 그들 자매를 하나로 만든다. 결국 언니와 동생은 하나이고 함께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더욱 좋았다! 여자가 일을 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아니, 아니, 아니! 작가가 나이지리아의 여성 작가이며 이게 첫 작품이라는 사실도 끝내주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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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구원
임경선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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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임경선 작가의 신간을 읽어보았냐고 물어봤을 때 그녀의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다고 대답했었다. 그 때의 대답이 영 마음에 걸렸었나. 서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다정한 구원> 동네서점에디션. 사실 원래 표지를 갖춘 책만 있었다면 들춰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순전히 동네서점에디션 표지가 예뻐서 안을 열어보았다.



리스본 여행기. 저자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과거를 찾아 딸과 함께 떠난 여행이다. 책에는 ‘통제할 수 없는 그 당연한 사실을 우아하게 직시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들이 기록되어있다.



내게는 페소아와 사라마구의 도시로 익숙한 곳. 작가의 과거 경험과 겹쳐져 당시 기억에 남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수십여년만에 당시의 지인을 만나기도 하는 이야기가 진솔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과거의 한 부분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잠시 돌아가보는 듯한 여행이어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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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김애란 작가의 작품들 정주행 시작. 가뿐히 끝낸 <달려라, 아비>. 구질구질함, 아버지없음, 자립과 상실의 서사. 과거에는 이 소설집을 읽는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유달리 버거웠다. 막막함. 그래, 막막함 때문이다. 이 막막함을 빨리 뚫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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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언제나 가장 특별할 ‘영원한 화자’를 제외하고 오늘 나에게 직격탄을 쏘아댄 작품은 ‘종이 물고기’와 ‘노크하지 않는 집’이다. 옥탑방과 팔랑거리는 포스트잇이 남의 것 같지 않았다. 다섯 명의 여자들처럼 될까봐 겁이났다. 이 소설집 속의 인물들이 나일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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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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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재미있는 에세이. 지금까지 읽은 아무튼 시리즈 중 최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의 김혼비 작가가 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술꾼으로서의 지난한 에피소드들에 대해.



초반부를 읽으면서는 연신 깔깔거렸고 후반부를 향해가면서는 술이 너무 마시고 싶어졌다. 역시 인생은 술이다! 책날개에서 저자는 ‘내 인생의 삼원색은 책 술 축구’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일단 책은 확실한 것 같고, 술을 넣기에는 술꾼으로서의 역사가 너무 짧으니 앞으로 본격적으로 마시며 시험해봐야겠다(..?!)



으 내일 없이 마시고 싶다. (그리고 정말 내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반년 전 그렇게 마시다 3일 동안 지옥을 오간 경험이 있기에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니까 술이 너무너무 마시고 싶은걸! 맥주 한 캔 칵테일 한 잔 이런거 말고 소주 세 병 와인 세 병 이런 미친 술..



술과 책 하니까 캐롤라인 냅의 <드링킹>과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가 생각난다. 혼자 바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었던 나의 지난날들도. (물론 전부 장렬히 실패했다. 나는 취하지 않으면 술을 마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미친듯이 마시고 끝. 또, 혼술하면서 불쾌한 경험이 몇 번 있었기에 근래는 집에서 마신다.)



술꾼이든 아니든 누구나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추천! 마시자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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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녀, 아델>과 <달콤한 노래>의 저자인 레일라 슬리마니가 인터뷰 에세이를 출간했다. <섹스와 거짓말>. 저자의 모국인 모로코에서 다양한 여성들과 나눈 인터뷰를 바탕으로 억압된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성적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글들이 쓰여있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로코는 나에게는 생경한 나라다. 알고보니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며 여성들은 히잡을 써야만 하고 혼전 성관계와 동성애 등이 법적으로 금지된 나라라고. 아이러니한 점은 이토록 여성에게 순결을 강조하는 모로코가 세계 5위의 포르노그래피 소비 국가이기도 하다는 것!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모로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로코의 경우 법적으로 대놓고 여성의 섹슈얼리티을 규제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은근히, 암묵적으로 규제한다.



21세기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도만 다를 뿐 세계 곳곳에서 여성은 성적 도구로 소비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억압당한다. 아니 결혼할 때 순결 서약서를 가져오라니 이게 말이야 뭐야? 그럴거면 여성과 남성에게 동등한 규제를 해야 맞지 않나? <섹스와 거짓말>을 읽는 내내 울화통이 터졌다.



억압은 강박을 낳는다. 곧 범죄로 이어진다. 이 악의 굴레는 끊어져야만 한다. 남녀 모두에게 ‘제대로된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동등한 성적 자기결정권’이 주어져야만한다. 더 이상 억압된 사회와 개방된 사회 속에서 여성들(그리고 남성들)이 자아분열로 고통받아서는 안된다.



레일라 슬리마니의 용기에 박수를. 같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언제나 큰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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