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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변주곡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7월
평점 :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그해, 여름 손님>의 작가 안드레 애치먼의 <수수께끼 변주곡>. 2017년에 쓰인 비교적 최근작이다. 5개의 연작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은 너무나 섬세하고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치명적이고 너무나 섹시하다. 문장마다 녹아나는 세밀한 감정 표현과 농염함이 마치 지나치게 익은 달콤한 과일 향 같아서 소설을 읽는 내내 취한 기분이었다.
다섯 편의 작품마다 다른 장소, 다른 인물, 다른 색, 다른 사랑이 펼쳐진다. 첫사랑부터 처음 만난 상대와의 이끌림, 서서히 불타오르는 사랑, 4년의 시간을 두고 반복되는 나 자신같은 상대와의 사랑, 어긋난 타이밍의 ‘나의 가장 친애하는‘ 사랑까지. 폴의 사랑은, 상대를 향한 뜨거운 마음과 혼자만의 상상은 끝없이 달콤하며 거짓이 없다.
내가 특히 좋았던 작품은 ‘첫사랑‘과 ‘별의 사랑‘이다. 이 두 작품은 당장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 인물들의 감정은 물론이고 배경과 상황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아니, 글로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상으로도 보고싶다. 사랑을 어떻게 이렇게 세밀하고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까? 적나라하게 표현된 성적 욕망도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 맞다. 음지에서 자행되는 온갖 범죄들이 그 자연스러움을 더럽히고 있을 뿐.
다섯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폴이다. 첫사랑부터 책의 중반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경악스러웠는데, 순정하고 밀도 높은 사랑을 다섯 번이나(어쩌면 더 많이) 경험했다는 것이,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폴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다섯 편의 이야기이지만 각각을 독립된 작품으로 읽는 편이 소설에 집중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번역되지 않은 다른 세 권의 작품도 어서 읽고 싶다. 작가의 에세이들도! 전부! 다! 읽어버리고 싶다. 안드레 애치먼이 그려내는 사랑의 세계에 영원히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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