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어, 버나뎃
마리아 셈플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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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유난스러운 소설. 버나뎃이 사라졌다! 각종 편지들이 난입하며 중간중간 버나뎃의 딸 비의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재미있다.



유망한 건축가였지만 시애틀에서 딸을 키우며 살고 있는 버나뎃. 정체불명의 비서에게 온라인으로 잡무를 맡기고 온갖 돌발행동들을 한다. 그런데 그녀의 행동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좀 이상하지만 웃기게 느껴진다. 통쾌하기까지.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은 딸인 비밖에 없는듯하다. 소설 초반에는 다정한 지원군인줄 알았던 남편 엘긴은 그냥 일에 치여서 버나뎃에게 무관심했던 것이고 이윽고 상황을 낫게 해보려다가 더 엉망으로 만든다. 어쨌든.



내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버나뎃이 잠적하기 전까지다. 잠적 이후에는 솔직히 엘긴에게 화가나기도 했고 기대한대로 사건이 전개되지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피식거리면서 시간때우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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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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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좋을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이 작품은 습지에서 홀로 자란 소녀 카야의 성장소설이자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테리 소설이 경이로운 자연을 세밀하게 묘사한 과학서이며 아름다운 시어들로 가득한 시집이기도 하다.



저자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읽혔다. 외롭고 고독했던 한 인간의 이야기. 그러나 사실 카야는 완전히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홀로 외로웠으나 대자연이 그녀의 어머니였고 절대적이지 않을지라도 그녀의 곁에 머무른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자의였든 타의였든 마을과 격리된채 살아온 카야가 겪었을 외로움은 쉽게 지워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 삶의 끝까지 함께할, 외로움.



아. 이야기의 시선이 너무나 섬세하다. 카야의 감정, 자연에 대한 묘사, 중간중간에 삽입된 시까지 - 아름답다.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그런가하면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구성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게다가 이야기속에 녹아든 공동체와 격리, 사회적 고립, 차별, 편견, 가정폭력 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얼마나 정확하고 날카로운지. 한 권의 소설에, 심지어 첫 소설에 이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러니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잔뜩 기대에 부푼채로 읽기 시작했는데 첫 100페이지까지는 ‘에게 이게 뭐야‘ 싶다가 이후 완전히 빠져들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소설이 끝났다는게 아쉽다. 이토록 무아지경에 빠져 책을 읽다니. <리틀 라이프>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 책에 대해서, 카야에 대해서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싶다. 정확히 지금 내가 느끼는 희열, 나는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 읽는다. 운이 좋으면 오늘처럼 이렇게 멋진 작품을 읽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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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상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 - 바닷가마을에서 깨달은 지금을 온전하게 사는 법
전지영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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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저자. 항공사 승무원과 디자이너를 거쳐 요가를 시작하게 된 뒤 지도자 과정을 밟았다. 남들은 무언가 시작하기 어려운 나이라고 말하는 마흔이 넘은 그 때. 이 책에는 저자가 요가 강사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회복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사실 나는 ‘힐링 에세이‘ 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외관이 너무나 전형적인 힐링 에세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놀랐다. 막상 책을 펼쳐서 읽어보니 힐링을 부르짖는 에세이라기보다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은 에세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열하게 성공을 쫓아 달려나가는 요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요가를 가르친다는 저자의 일화가 쌩뚱맞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글을 읽어내려갈수록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저자 나름의 과정과 결심이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 손에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의 책. 챕터 사이에 일러스트로 그려진 요가 자세와 설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는 이야기.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게 아니라서 거부감 없이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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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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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동안 정신질환을 연구해온 뇌괴학자 바버라 립스카 박사. 그녀는 특히 조현병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는 그녀 자신이 뇌종양과 싸우며 극적으로 회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적은 에세이다.



오늘날 성인 5명 중 1명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겪고 있음에도 이같은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뇌과학자로서의 전문적인 지식과 환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와 같은 편견을 무너뜨린다. 이 책에는 왜 환자 본인은 망가지는 정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지, 뇌와 정신질환의 관계는 무엇인지 등이 가감없이 적혀있다.



읽는 동안 수없이 울컥했다. 남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저자의 굳건함과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의 연대 때문에. 뇌에 대해 궁금하다면, 뇌과학이니 정신질환에 관심이 있다면, 암 생존자의 생생한 전투기를 듣고 싶다면, 잘 읽히는 인문서적이 읽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한다. 정신없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아. 표지가 너무나 매혹적이다. 별이 떨어지는 것 같은 은박의 원제와 중앙의 그림을 중심으로 수직 수평으로 디자인된 제목, 저자 이름의 위치까지. ‘뇌는 어떻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구절의 위치가 아쉽기는 하지만. 책 제목이 좌측 하단에 조그맣게 표시된 내지의 구성도 특이하고 좋았다. (인상깊은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 표시하는 내게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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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의 색 오르부아르 3부작 2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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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사흘과 한 인생>으로 잘 알려진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화재의 색>. 앞선 두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선택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열린책들 특유의 좁은 줄간격이 부담스러웠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읽혔다. 작가의 글솜씨 하나는 인정한다.



배경은 1930년대 즈음의 프랑스. 부유한 은행가 마르셀 페리쿠르가 죽고 그의 딸 마들렌이 주변 인물들의 배신으로 몰락하게 된다(첫 300페이지). 이후 마들렌이 복수를 행하는 과정이 그려진다(후반 300페이지). 당시 프랑스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소설을 더욱 풍부하게 읽어낼 수 있겠지만 잘 몰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론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마들렌의 아들 폴과 오페라 가수 솔랑주의 일화가 흥미로웠다.



잘 쓴 소설이지만 내게는 주변인물들에게 무시당하던 여주인공이 복수를 한다는 점 이외에는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 없어 아쉬웠다. 문장과 글의 구성이 매끄럽기에 꾸역꾸역 끝까지 읽기는 했으나 특별히 나를 끌어당기는 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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