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믹을 직접 겪고 나니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라는 메시지가 남달리 다가온다. 이미 20년 전에 이 사실을 알리고 적극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시리즈다. 이 책이 출간된지 20년이 다 되었다는 사실에 한 번, 시리즈가 네 권이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이 책은 전 세계의 인구를 100명으로 본다면 이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지 아주 직관적이고 간단한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이웃에 대해, 환경에 대해, 빈부격차에 대해, 결국에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세계 인구가 78억으로 늘어난 2021년에도 이 책의 메시지는 유효하다. 지구는 모두의 것이고, 가진 것을 나누려고 하지 않을 때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것. 이 메시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사람 편‘에 이어 ‘이웃 편‘, ‘환경 편‘, ‘부자 편‘에서는 전문적인 통계자료와 에세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깊이 남는 것은 이해인 수녀, 한비야 작가의 에세이가 실린 ‘이웃 편‘이다. ‘자기가 행복한지 모른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비극‘이라는 문장과 ‘남을 돕고, 가진 것을 나누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문장이 특히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웃편‘에는 ‘사람편‘의 뒷이야기와 통계자료도 수록되어있어 시리즈 중 가장 두툼하다. 그러나 그만큼 얻어갈 것들이 많아 이 시리즈 중 한 권만 권하자면 나는 ‘이웃편‘을 고르겠다.)
급속도로 악화되어가는 지구의 여러 문제들(환경, 질병, 가난 등)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행함으로써 문제가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놀랍지만 그 시작은 매일 충분히 행복함을 느끼는 것, 이웃을 사랑하는 것, 환경을 생각하는 것에서부터다. 지금 읽어도 멈칫하게 되는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시리즈. 다시 ‘사람 편‘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오늘 하루가 설레었나요? 오늘 밤, 눈을 감으며 당신은 괜찮은 하루였다고 느낄 것 같았나요?˝ 이 물음에 우리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어쩌면 매일 이 질문에 답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