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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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 뉴욕이라는 도시와 고독이라는 감정, 그리고 고독을 예술로 표현한 예술가들에 대한 책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사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얽어가는 저자의 글솜씨가 놀랍다.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지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문장들. 독창적인 스타일로 우아하게 쓰여진 글이라는 점에서 리베카 솔닛이 떠오르지만 솔닛과는 다르다. 확실한 건 내가 가장 열광하는 종류의 글쓰기라는 것.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이라면 이 책의 앞부분만 들춰보아도 저자가 말하는 고독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고층 빌딩들 사이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수백만 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이면서도 가끔은 완전한 이방인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 세기말 뉴욕의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어쩌면 남들보다 더 예민하게 고독을 감각했을 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예술 속에서 고독을 표현해냈다. 에드워드 호퍼, 앤디 워홀, 헨리 다거,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저자는 고독과 닿아있는 이들의 삶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고독이라는 단어로 섣불리 한계를 긋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의 언어로 소개되는 예술가들은 그 면면을 전부 알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입체적이다. 다양한 삶, 다양한 고독, 그리고 규정될 수 없는 그 외의 이야기들. 덕분에 뉴욕과 고독이라는 테마 아래 시작된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잠들기 전 고요한 어둠 속에서 내리읽어서인지 나에게는 이 책이 더욱 특별하고 내밀하게 여겨진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고독을 정확하게 공감해 주는 이를 만난 기분이었다. 나는 많은 순간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이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어떻게든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너무나 다르지만 너무나 비슷한 도시의 사람들이 어쩐지 애틋하다. 자신의 고독을 내보이며 멋진 이야기를 선물해 준 올리비아 랭을 생각하며, 언젠가 나에게도 나의 고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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