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공부하는게 정말 좋다. 단언컨대 세상 모든 기쁨들 중에서 최고는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이다. 학교, 성적, 등수 같은 것들에 가려져 공부라는 단어가 오명을 쓰게 되었을 뿐, 살면서 누구나 공부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 한 번쯤 온다고 믿는다. 배움의 기쁨을 한 번 맛본 사람은 그 달콤함을 쉽게 잊기 힘들것이라고도 생각하고. <공부의 위로>는 저자가 대학 4년간 들었던 교양수업을 바탕으로 공부의 진정한 쓸모에 대해, 진짜 교양이 무엇인지에 대해 담아낸 책이다. 저자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만큼 예술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다시 학부에 들어가거나 대학원에 가야겠어! 고고미술사학과라는게 있는 줄 알았더라면..‘ 하는 것들이다(미쳤나보다). 졸업한 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업계획서와 책 목록을 홅어보기도 했고, 오랜만에 대학 수업 필기노트를 꺼내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깨달은 것은 ‘아, 나도 모범생이었지.‘ 형편없는 수업이었다고 기억되는 수업도 참 열심히 듣고 필기해둔 나를 발견했다. 듣고 싶은 교양 수업만 골라서 듣는 바람에 막판에는 추가학기를 다녀야만 했었는데, 그 모든 순간들이 내게 자양분이 되었음을 이제야 인정하게 되었다. 프로이트와 푸코의 텍스트를 깊이 읽을 수 있었던 것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예술사를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희랍어를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대학 교양 수업 덕분이었으니. 모든 공부는 독학이기에 지금도 마음만 먹는다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겠지만, 대학 이후의 공부는 시작과 지속의 측면에서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저자가 불어 수업에서 까뮈의 텍스트를 원어로 읽고 불어를 감각의 언어라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번역된 문장으로 읽는 것과 원어로 읽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집중해서 시간을 들여 내 힘으로 온전히 읽어낸 텍스트는 기억에 선명하게 새겨진다. 한때 세상 모든 책을 원어로 읽고싶다는 포부를 가졌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공감하며 읽었다. (언젠가 <닥터 지바고>를 원서로 읽어보리라.)



그런가하면 소개된 수업들 중 가장 듣고 싶었던 건 ‘독일 명작의 이해‘였다. 저자가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시작을 발견했다는 바로 그 수업. ‘인간은 지향하는 바가 있는 한 방황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바로 그 수업. 명강의로 소문난 수업에는 꼭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대부분 그 이유가 되는 것은 교수님이다. 수업을 통해 자신의 삶의 태도를 전하는 교수님의 진심을 학생들이 알아보지 못할리가 없으니. 책 속에 소개된 전설의 독명이를 담당하셨던 교수님의 저작 또한 읽어보려고 적어두었다. (바로 그 수업을 들을 수 없다면 책을 읽으면 된다! 독서 최고.)



교양이란 무엇인가. ‘교양이란 학식과는 다르다. 교양은 비정한 현실 속에서, 더 비정하거나 덜 비정한 세계를 상상하고 그에 틈입할 여지를 준다. 그러한 자유라도 있기에, 우리는 지지 않고 생의 수레바퀴를 유연하게 굴릴 수 있는 것이다.‘(308) 이 책 덕분에 잊고 있었던 교양 수업의 기쁨을 다시 누릴 수 있었다. 무엇을 배운건지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더라도, 폭넓게 접하고 깊이있게 외웠던 것들은 나의 일부가 된다. 공부의 기쁨을 많은 사람들이 누리기를 바라며. 교양의 쓸모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 공부 예찬론자들, 대학생들에게 특히 추천.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두파이 2022-03-27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 하기싫어 겨우겨우 했던 저까지도 학부시절이 그리워지네요ㅋㅋ 이렇게 또 영업당하고야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