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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목공소 -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김진송 지음 / 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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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목수다. 목수는 나무를 깎아 쓸모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자연을 일구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농부와 닮았다. 그래서 예수의 아버지는 농부이고 목수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런 삶을 동경해왔다. 실제하는 것으로 유용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자연의 순환을 체득한 사람들, 그리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움직이는 만큼 얻는 사람들- 아마 그건 내가 항상 머리만 쓰고, 허상만 쫓는 사람들 속에 살고 있고, 나 자신 또한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제약과 끊임없이 싸우는 것이다. 

  그래도 그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밥을 먹고 살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니까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 물질을 다루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세계는 단단하다. 단단한 것들에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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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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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를 보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런 인물과 저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지 이해 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럼 "요새 드라마는!"이라고 채널을 돌려버리는데 사실 이러한 막장의 계보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화홍련전, 심청전, 장끼전, 홍길동전, 춘향전, 사씨남정기- 고전소설이라는 이름으로 국어시간에 배웠던 작품들을 곰곰이 생각해자. 막장도 그런 막장은 없다.  이 책은 고전 소설의 인물과 서사적 장치에 주목한다. 

  서사장치에 대해서는 더 공부해야할 것 같고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장화홍련편>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소설 속 인물들의 배경, 사회적 배경을 끄집어 낸 것이다. 장화홍련의 계모가 악역을 맡을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가부장 중심의 가족 구조가 있다. 장화홍련의 계모, 사씨남정기의 교씨, 뺑덕어멈 등의 악한 계모의 분노가 향하는 곳은 남편의 정실, 또다른 첩, 혹은 전처의 자식이다. 악인은 그들을 밀어냄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존재는 남편의 인정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표독스러운 식인의 문화는 개인의 품성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가 낳은 것이었다. 자유로운 인간 본성을 억압하던 봉건적 규범. 그런점에서 절망적인 것은 이러한 인물들을 아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면 <제빵왕 김탁구>의 서인숙. 그러고 보면 여성의 역사는 참 변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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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눕는다 - 김사과 장편소설
김사과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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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한 번 읽은 기억이 있다. 불안한 청춘의 단면을 잘 그려냈다는 추천을 받았던거 같은데 그때 내 감상은 그저그렇다였다. 비현실적인 주인공, 예술가라는 애인, 해방구인 옥탑방 그리고 사랑안에 굶어 죽겠다는 표4의 문구까지- 유행하는 노래처럼, 아무 것도 와 닿지가 않았다.

  이 소설을 다시 읽게 된 것은(그것도 사서) 얼마전 인터넷에 올라온 김사과의 글 때문이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무거운 제목아래 빼곡히 들어차있는 글은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고 최고은 작가의 죽음에 부쳐 쓴 글이었다. 소설가는 자신의 불안을 털어놓았다. 그는 그 불안의 기원은 흔들리는 사회, 물적조건의 결핍에 있다고, 삶에든 예술에든 환상같은 낭만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며 더구나 그 낭만은 예술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이야기 했다. 이런 소설가의 글이라면 읽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읽어본 소설은- 적어도 가난과 낭만, 사랑에의 환상은 없었다. 그래서 좋았다. 하얀 곰팡이 꽃을 찬양한다거나, 섹스를 통해서만 말을 한다거나, 매일 저녁 술판을 벌인다던가, 하는 비현실적으로 쏠린, 추상적인 무언가를 늘어놓는 글보다는 훨씬 솔직했다. 그리고 주인공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사회의 다수와 다르다라는 걸,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걸, 매순간 느끼는 여자애.

  그러나 여전히 최고는 아니었다. 뭔가 뚝뚝 끊어지는 듯한 감정, 사건, 대화에는 뭔갈 더 드러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는 어느 순간 맥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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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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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의 윤리와 관련된 일화를 여러 편 전해들었다. 저널리즘의 생명인 사실성, 끊임없이 유혹하는 선정성, 인간으로서의 윤리, 셔터 한 번 누르는 그 찰나에 무엇을 선택하느냐. 그 것이 문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 더 깊은 아래 본질을 묻는다.
 
무언가 익숙해진다는 거- 꼭 좋기만 한 것일까?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눈 앞에 사진으로 전시되는 타인의 고통- 첫 순간의 강렬한 기억을 지나 사진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면 그 것은 무엇을 가져올까? 격정? 분노? 슬픔? 아니. 사람들은 장면에 익숙해질 수록 공감하는 능력을 잃는다. 누군가의 고통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으로 사물화된다. 

단순히 느낌을 잃어가기만 한다면 나을 지도모른다. 고통을 외면하고자, 아니 잊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또 다른 자극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러나 어느 순간 타인의 고통은, 그러니까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고통은, 사진 밖에 서 있는 내 존재에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그래서 우리를 구경꾼이나 겁쟁이로 만들고 있다.

최초의 자극을 제시하는 것으로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도 말이다. 하지만 자극을 주어 반응을 기다리는 1차원적 설계로는 언제나 제자리걸음이다. 용기와 상상력. 그게 공감을 위한 첫 걸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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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필요없다 -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 이매진 컨텍스트 15
전희경 지음 / 이매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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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가고, 운동을 하며, 사회를 바꾸는 주체가 된 여성은 자신을 어떻게 규정해야하는지 하는 문제를 만나게 된다. 여성이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것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고 취해야하는지 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변혁 운동 판에서도 '미묘하고 체계적으로 주변화되는' 여성. 비주체적인, 소극적인, 전근대적인 여성성은 지양해야 하지만, 돌봄 노동은 언제나 여성의 몫이다. 이를테면 주체적으로 보살피라는 이중의 요구. 그것을 떨치고 일어나려는 여성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분열주의자라는 비판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난 새로운 적은 페미니즘 좀 안다는 남성. 젠더적으로 차별받는 집단으로서의 여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학습하여 잘 알고 있지만 생활에서는 끊임없이 항상 가르치려들고 기분나쁜 무언가를 기대하는 지적 오빠.

내가 가지고 있던 아픈 기억을 비슷한 모양으로 공유한 사람들의 증언을 읽으며 나 스스로도 많은 것을 꺼내놓게 되었다. 새로운 경험. 사건 자체가 아니라 서사를 통해 구성되는 경험이다. 그것은 무색무취의 절대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구성되는 것. 공감은 같은 경험을 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정치적 지향이 같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같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읽는 내내 통쾌했던,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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