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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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죄의 이름은 의외로 명확합니다. 법률이 그토록 어려워선지 이름은 복합적인 것도 있기만, 결론적으론 "사기""강도""살인"등의 이름으로 맺어집니다.죄의 이름을 가진 자들을 향해, 우리는 무거운 돌맹이를 들 준비를 늘 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칠 때가 꽤나 있습니다

이야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늘 보아왔던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해진(?!) 학원 내 왕따, 은따등으로 불리는 이야기일지도요.부모에게 아이가 안쓰러울 때는 많지만 가장 안 좋을 때는 바로 "편부모 가정"이라는 것입니다. 안도도 그랬습니다. 아니, 좀 더 죄책감이 강했습니다가나에게서 엄마를 앗아간 것만 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가나는 잘 자라주었고, 그것이 옅어져갈 무렵 그에게 날아온 것은 바로, 딸의 자살이었습니다 전날만 해도 평소와 똑같던 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딸의 학교 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것에 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아니, 그저 믿고 싶었습니다. 잘하고 있을 거라고. 아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자신이 돌린 고개를 그제서야 보기 시작합니다. 그 내면에 있던 것을 말입니다.





예전에 하나의 세상이 무너져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를 잃었을 때가 그랬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딸 가나 때문에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무너진 세상에 하나의 희망이 있었다면 지금은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란 껍데기뿐. 그런 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한 것은, 어쩌면 그저 그 소녀가 아니었더라면 몰랐을 가나의 이야기가 저쪽에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 가나가 죽음을 선택한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면서 진심으로 알길 원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아는 게 무서웠다. 알고 나면 절대로 돌이킬 수없는 상황에 처할 듯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돌이킬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본문 161p, 안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둘이 그 곳에 있었습니다. 죽은 가나의 메세지 앞에서요.

모든 것을 다 잃어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무서운 안도와

모든 것을 다 잃을까봐서도 아니고 단 하나, 그것이 모든 것을 잃게할까봐서 무서운 한 소녀가 말입니다.

딸의 죽음에,

친구의 죽음에,

고갤 돌리고 있던 사람들이 만나는 바람에 밝혀지는 진실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왜 거기 있어? 난, 아직 여기 있는데.... 드라마 스테이지, 더 페어 중.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면을 봅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가족, 남겨진 사람들을요.

잊고 있었던 것인지 내 손의 돌맹이로 가해자를 향해 던질 돌팔매질 때문에 혹은 더 무거운 돌맹이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 "남은 자들"은 잠시 보다가 잊고, 다시 내 일이 아니라 금방 잊는다는 것을요.

가해자도,

피해자만큼이나 고통스러워야 한다면서도, "더 페어"의 주인공 희선은 여전히 그날, 그 차가운 지하실에 있었습니다. 세월이 약이란 말은, 그녀에겐 거짓말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이 책도 그렇습니다. 책은 시종일관, 담담하게 써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가해자들에게 보내지는 시선만큼, 피해자들의 가족들, 그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을 혹시 생각해 봤냐고 말입니다. 그만큼, 생각했을까 물었습니다만, 모르겠습니다.

카메라가 잡아내지 못하는 피사체,

저 안쪽 깊은 문인지 혹은 동굴인지에서 혹은 아주 캄캄한 어둠인지에서 웅크리고 있는 누군가들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책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게, 담담하게 풀어내기에 되려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보단 심리물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나에란 인물은 어쩌면, 단 한 장면, "플라캇"이란 베타에 대한 이야길 하고 싶은 그 순간 때문에 등장했는지도요. 원종이 아닌, 품종을 개량했음에도 많은 이들이 모르는 것처럼 우리가 저 깊은 곳을 들여다 보지 않냐고, 혹은 그 소녀의 자신만 아는 그, 끔찍한 마음을 말하는 것인지도요.





그게 내게 더없이 이로운 상황이라는 것.

사키는 얼굴을 숙인 채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본문 236p

누군가들에게는 그저, 이로울 수 밖에 없는 그 시간이란 것에 분노하고 더 큰 무게의 돌을 손에 움켜쥐고 있을 동안, 안도는 저 안에서, 도대체 알 수 없는 이 딸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혹은, 이것이 꿈은 아닌지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살아있는 가나를 만나는 순간도 아니고, 어쩌면 그저 그 딸의 전화인지 모르고 강의하던 그 시간만이라도 아주 간절히 원하는 그 때에 우는 척, 웃는 가증스러운 누군가의 앞에 있을 때, 돌을 던지기 보다 따뜻한 위로 한 마디를 해 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RHK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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