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됐고 그리고 혹은 오래되지 않았으면 혹은, 그 예전의 이야기가 지금도 아주 비슷하게 내려오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들이 말입니다. "오래된 이야기"는 참 참혹하게 시작합니다. 몇 페이지 되지 않는데 마지막에 덜컥, 내려앉는 이야기로 말입니다. 그렇게, 마치 의자에 앉아 할머니에게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기이하면서도, 참혹하고 아픈가 하면

기이하면서도 엉뚱하고 그래서 결말이 있는지 혹은 없는지 모를 그런 이야기들이 말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기담"이란 것은, 그 끝을 그렇게 선명하게 알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가능한 결말을 여러 가지로 상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 어느 결말도 우리의 상상력을 만족시켜 주지는 못하겠지요. 영혼을 마셔버리면 (... ) 본문 28p


이야기 찾잔 속,에서 이 뒤의 이야기가 참 궁금했습니다. 그 찬 잣은 이 사람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게 가장 흥미로울 것 같은 순간, 갑작스럽게 끝이 나 버립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미완"의 이야기로 아주 흥미만 끈 채 우리에게 어떨 것 같냐고 묻습니다. 더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의 말처럼 인간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아마, 그 이야기가 어떤 끝을 맺었는지 인과 관계가 무엇이었는지는 몰라도 100% 만족스럽진 못했을 겁니다. 그게, 인간이니까요.


그래서, 이야기들은 괴이하지만 슬프기도 하고 쿡, 하고 웃게도 만들고 하지만, 그 웃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있는 것은 아내의 질투와 집념이지만 어째 한구석은 싸해지는 그녀의 사랑에 울음도 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그렇게 그 "오래된 이야기"가 마치 지금의 이야기인 양 재미도 있었고 싸늘했고 슬프기도 했지만 미묘한 감정의 뒤섞임은요. 하지만, 그렇게 넘어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조금은 다른 색깔을 띠고 있었단 것을요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도 훨씬 더 많은 모습이 이 이슬 속에서 되살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한없이 신비한 세계가 똑같이 그 속에 나타난다. 이슬 밖에서도 안에서도 물방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본문 182-183p


이야기는, "철학적 사유"로 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처음의 "어느 여인의 일기"를 제외하곤, 이야기라기보단 작가인 고이즈미 야쿠모가 그 스스로가 일본인이 아닌 그리스인으로 일본에 귀화한 사람이기에 동양의 사상과 철학, 그런 것들과 세상에 기이하지 않고 신비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정도겠지, 하던 생각은 어느새 그 많은 파트들에서 일관성 있게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기이"는 어쩌면 "본질"을 두고 상이하지만 어쩌면, 아주 극과 극이 닮아있는 동서양의 사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양의 사상과 동양은 분명 다르지만, 이 "실재하는 본질"에 대한 것이 닿는 것은 결국 어느 쪽이 틀리고 어느 쪽이 맞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의 신비로움 자체에서 매력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의 생각을 그 스스로가 "몽상"이라 표현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한 대단한 문호들이 아니라서일까요? 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는 제겐 조금은 기이하지 않은 기이함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분명, 저는 그가 들려준 1부의 "오래된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문장은 유려했고, 섬세했지만 제가 원한 건 "기이한 괴담"이었지 "철학의 기이함, 그 사유"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시작해 오늘날에도 어디선가의 이야기가 돼 있을 그 싸하고 아픈 이야기들이 깊은 사유보다 깊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제겐 그래서, 아주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본질과 형태, 그런 형이상학이 아닌 순수한 "이야기"로서 그의 깊은 철학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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