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화가다 - 페미니즘 미술관
정일영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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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지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네, 모나리자가 유명한 이유는 신비로운 미소 때문이 아니라 바로 주인공이 "웃는 여자" 이기 때문이라고도 들었습니다. 그 당신 초상화들은 거의 남성 중심이기도 했지만 그들조차 표정은 늘 한결같았습니다. 그런데, 표정을 짓는 그것도 "여자"가 주인공이라니, 그 당시로서는 대단했단 말에 놀랐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엔 없으니까. 그런데, 여자가 주인공인 것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면, "여자"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또 아주 많은 제약이 있었으니까요. 그것은 미술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 아니, 사회적 전반에 거쳐 여성들의 활동은 많은 제한과 제약이 있었다는 걸 조금씩 접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은 그림 속, 여자와 남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여자와 남자가 그린 그림은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실력을 떠나, 그들의 그림에서 "관점, 시선"이 어디에 있는가였습니다.



같은 그림이, 몇백 년이 지나서도 있지만 <아담과 이브>는 변하지 않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림은 어떨까요? 별 차이가 없나요? 아니오, 차이는 명백합니다. 저 사과를 쥔 손 즉, "죄"의 주체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그렇지만, "이브가 아담에게" 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잔 발라동의 그림은 그 사과의 주인이 "함께"로 보여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가장 비겁한 건 아담이었습니다.

-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창 3:12)

이건, "당신 탓입니다. 그 여자 탓입니다" 일뿐, 그 어디에서도 "내 잘못입니다"라는 없습니다. 아니, 가장 마지막인가요? 네, 아담도 같이 먹었는데 그 모든 것을 "당신이 주신 그 여자 때문" 이니, 그 얼마나 비겁하냐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럼에도, 많은 그림들은 "이브, 혹은 하와의 유혹"으로 귀결을 냅니다. 아니, "여자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은연중, 억압된 여성들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그림들 중에서, 여성은 신체를 다 보입니다. 위의 "아담과 이브"에서 발라동 역시 여성임에도 어째서 여성의 신체는 적나라하게 보이면서 심의 때문에 남성의 그곳은 가렸다고 하니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여성들은 지금도 그렇지만, "관음"의 대상이 돼 왔습니다.




렘피카의 그림은, 도발적입니다 좋게 말해서는요. 하지만, 이 그림이 그렇게까지만 말할 수 있을까요? 전 이 그림을 그냥 "그림"으로서가 아니라, 그녀 자체가 "관음"을 아예 대놓고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까지, 보고 싶니? 봐! 인 것도 있지만 어쩌면 역이용을 왜 이렇게 대놓고 했지? 싶습니다. 되려, <네 명의 남성 누드>로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저 시선 끌기일 뿐이라고요. 물론, 작품의 구도, 색감 이런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말입나다. 그랬다면 좀 더 달라졌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그림은 그저 그녀의 소위 "관종"적 성격이기도 했습니다. 스캔들 자체를 즐기기도 했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그녀의 후원자인 부유한 귀족과 결혼했다..에서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동시대, 그러에도 전혀 다른 그웬은 그래서 더 귀하다 여겨졌습니다. 시선을 끌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그림은 여성으로서의 온유한 듯 하나 그 고집이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뚝심으로 그웬은 그의 동생의 말처럼 지금, 상당히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나마, 붓을 들고 자신의 이름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또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화가의 명성 때문에 쏟아지는 찬사들 중,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으로 알려져 상당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그가 아니라 그저 무명의 여인인 화가였단 사실은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녀들에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권한" 그게 제한돼 있어서, 어쩌면 내 이름이 굳이 아니라도 그저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만족했을지도요.

카미유 클로델과 로댕과의 관계도 또한 그렇습니다. 그들의 관계가 어땠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로댕의 작품은 카미유에게 좋게 말해선 영감을 받았고, 그녀의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했다,라는 것도 그저 영화가 아니라 실제 그랬단 사실을 볼 때, 참, "여차"란 이름이 측은해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깨만 늘어뜨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반기의 그림들" 도 있습니다.





이 그림들이 어떻습니까? 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별것인 그림들입니다.

당시 여자로서 "그림을 그리는 나"를 그려낸 젠탈스키와 앙구이슬라의 그림은 <"여자"를 그리는 남자>와, 그 남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여성이 주체가 돼, 훨씬 위쪽에 배치된 그녀, 앙구이슬라가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리는 것은 바로 화가인 "나" 자신,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처럼,

<내가 화가다> 인 셈입니다. 그때까지 "주체"가 남성인 것에서 여성으로 옮겨오는, 그러한 그림들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림 몇 점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꾸준한 반기는 한 번쯤 부러트릴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읽다 보면, 도대체 천하의 난봉꾼인 저 제우스가 신 중의 신이란 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많은 피해자를 낳았습니다. 그저 신화는 신화일 뿐, 일 수도 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째서 헤라는 가해자인 제우스보다 피해자인 "그녀"들에게 뭐라고 하는가? 싶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이제껏의 잠재되어 온 억눌린 여성성이란 것이겠죠. 요새는 그래도 많이 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가해자에게도 늘 탓은 있다,라고 말을 하는 것은 씁쓸했습니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그 세 여신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누구인가?를 왜 인간인 파리스에게 물었는가를 궁금해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냥, 신화니까.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파리스의 심판 이야기에는 인간 남자가 여신들보다 서열상 더 위에 있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심판하는 자와 심판받는 자, 파리스의 심판은 단순히 서열상 상하관계를 넘어 권력관계를 보여준다.

본문 207p


아, 싶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나간 것은 아닐까 신들 중 그 누구도 세 명의 편을 들기 곤란하니 중립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해도 아마, "여자"가 아닌 "남성"은 결국 여자는 남성에게 어필해야 한다,라는 것 같았습니다. 신화의 곳곳, 이런 코드가 숨겨져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브와 판도라> 참으로 많이 닮았습니다. 호기심을 주체치 못한 것 그리고 최초의 여자란 사실. 판도라의 상자는 실상, "상자"가 아니라 "항아리" 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 그림 속 항아리는 해골입니다. 참 묘합니다. 어쩌면, 여성의 죽음일까요?

이브 이전의 여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릴리스라고 합니다. 동등한 대우를 요구했다고도 하며 그녀를 이브를 꼬드긴 뱀이었다, 라고 하는데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게 해야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자, 팜 파탈>의 기원을 만들기 쉬워져서 일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악녀" 라고 말하는 그리고 사람들의 파멸로 이끄는 여인인 팜파탈_ 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정숙한 여인 또한요.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남성의 잘못이 훨씬 큼에도 두각은 여성의 잘못에만 초점을 맞춘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


지금은 바뀌고 있을까요? 아직도 실은 가부장적인 세계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그러할 것이고요 다만, 아주 조금씩은 바뀌겠죠. 그 "조금씩"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시대에서 지금은 어엿이 그림을 그리지만 왜 "여류"가 붙는지..라고 묻지만, 전 부정적으로 생각지 않으려 합니다. 왜냐면, 여자니까요. 그 성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려고요. 물론, 그런 뜻이 아니란 것쯤 알지만 그 부정을 긍정으로 바꿀 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 표지의 그림이 불만이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이 표지의 그림은 너무 이쁘기도 합니다. 결국 남성들의 눈을 사로잡자일까? "내가 화가다" 보단, 이게 이뻐서? 라는 생가도 했습니다만, 이 표지의그림이 무명의 여성화가의 작품성을 인정 받았기에, 라는 긍정의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네, 조금씩만 진일보 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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