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들었다. 좋아해서 자주 듣는 방송은 아니다.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다. 몰두하며 듣기에 나에겐 지나치게 길다. 방송을 듣게 된 것은 우스운 이유였다. 난 인생 졸라 짧다는 김어준 방송을 듣고 싶었는데 팟 캐스트 방송을 들으려면 어플을 다운 받아야 한단다. 어플을 받아 두고나니 즐겨 듣는 목록에 김어준 방송만 덜렁 있다. 이때 나는 방 청소 중이었다. 자세히는 바닥에 널부러진 책들을 한 곳에 몰아두고 청소기를 돌린 후 스팀 청소기가 예열 되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즐겨찾기 목록이 너무 썰렁하여 생각나는 팟캐스트를 추가한다. 빨간 책방을 말이다. 목록이 두개가 되니 한개가 있는 것보다 덜 썰렁하다 만족하면서 핸드폰을 내려 놓는데 내 손가락이 어떤 버튼을 누른 모양이다. 느닷없이 헬스 보이의 책 광고가 나오더니 뒤이어 BGM 이 흘러나오고 이동진의 목소리가 들러온다. 중단할까? 잠깐 고민이 들었지만 그대로 놔둔다. 어차피 난 청소중이고, 옷장 정리도 해야 하는데 음악 대신이라 생각하지 뭐. 스팀 청소를 끝내고 옷장을 열어 겨울 옷을 몽땅 들어낸다. 방송에선 이동진보다 좀 더 두꺼운 남자 목소리가 등장을 했다. 김중혁? 어디서 많이 들은 이름인데? 드라이 할 옷을 골라내던 손이 멈칫했다. 김중혁. 김중혁..... 당신의 그림자? 아~


 

 

 

 

 

 


 이 김중혁이구나. (으아~ 한참 위의 사람에게 반말하고 있다. 가만 한참이 아닌가..) 

 구입을 해두곤 아직 읽지 않은 상태로 방 청소를 위해 한 곳에 몰아 뒀던 책 무리에 얌전히 

 섞여있었다.한 손에 원피스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책을 들고 살핀다. 그러다가 책을 감싸고 

 있는 띠에 박힌 작가의 사진에 웃음이 터졌다. 목소리와 이렇게 잘 어울리는 페이스라니, 경  

 박한 웃음소리하며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진중하지 못한 이미지의 그가 웬지 친근했다. 


"속죄" 이언 매큐언

 

 

 

 이동진과 김중혁은 한참 이언매큐언의 "속죄"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책은 읽었지만 "속죄"만은 엄두가 안나서 최근에야 읽었다는 김중혁작가.

 속죄를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라고, 읽어보고 방송을 듣는다면 400프로 이해를 할

 것이라고, 영화에 나오지 않은 책 속의 반전도 있다고, 영화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책을 먼저 봐야한다고 김중혁 작가는 밑줄 긋듯이 강조 하며 이야기를 한다. 

 

 김중혁 작가님은 이언 매큐언이 이 소설을 쓴 게 53세였다 말하면서 자신도 이 나이가

 다가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가 작정하고 쓴 것 같다는 이 소설을 자신은 결코 

 수 없을 것 같다고도 말한다. 드디어 옷장 정리를 끝내고, 드라이 할 옷들을 한데 모아 세탁

 소에 다녀오는 와중에도 이어폰을 낀 채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난 속죄를 가지고 있지도, 읽어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영화 어톤먼트를 보지도 않았고, 책과 영화에 대해 궁금한 적도 없었다. 아. 그렇다. 생각해보니 이유는 모르지만 내 머릿속에 속죄는 아예 자리 잡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날. 평소에는 잘 듣지도 않는 빨간 책방을 들으면서 김중혁 작가의 입으로 소개하는 이언 매큐언과 속죄가 미치도록 궁금했다. 김중혁 작가는 또 말한다. 이언 매큐언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장면이 분수대에서 남녀가 있고, 꽃병이 깨지고, 이 두사람에겐 무슨일 있었을까? 였다고 한다. 그가 쓰는 문체는 연상이 안 되지만 대충의 장면이 그려진다. 그 때문에 영화도 보고싶었는데 김중혁 작가님이 강조하지 않았는가. 절대로 책부터 보라고. 난 아마 책을 다 보기 전엔 영화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심장이 타들어 갈텐데. 막막 불타 오를텐데. 

 

속죄를 읽게되면 1부가 고비가 될 것 라고 두 사람은 당부도 해준다. 하지만 그 부분은 꼭 필요한 부분이고 넘어가면 속도가 붙을거라고 마무리를 해준다. 고전과 반전을 좋아하는 독자들 모두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1부만 넘기면 말이다. 플레이를 멈췄다. 본격적으로 내용에 들어간다고 하기에. 여기서 부터는 그냥 내 몫인 것 같아서 말이다.

 

 

 






 

 

 

 

 

 

 

반값 세일 중인 속죄를 장바구니에 담고, 두사람이 언급한 이언 매큐언의 다른 책들도 담는다. 그런데 말이다.

암스테르담은 품절이고, 체실비치에서는 알람이 뜬다. 이미 구입을 했다는..... 아 창피해.

그냥 내일 서점에 다녀와야겠다 생각을 한다.

 

인생을 바꿔버린 결정적 순간의 이야기. 바로 속죄를 사기위해서 말이다.




이야기들.


1. 난 방금 전 청소를 끝내고 "황천기담"을 읽었다. 뒤이어 기다리는 책이 백귀야행양, 엠브리오 기담, 영혼의 심판이다. 잠시 생각하다가 세권을 밀어냈다. 그 자리에 장석조네 사람들을 놔둔다. 좀 더 낫다.


2. 매콤한 낙지볶음이 먹고 싶은데 엄마에게 말하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아 참는다. 대신에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둔 맥주캔을 꺼내온다. 엄마가 빨랫감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 야단을 친다. 이럴꺼면 그냥 낙지 볶음을 먹는다고 할걸 그랬다. 어차피 야단은 맞으니까.


3. 3일간 오프를 받아서 오프가 시작된 첫날인 어제 집 앞 편의점에 다녀왔다. 좋아하는 커피를 사고, 과자 몇개, 삼각김밥, 햄버거 등을 봉투에 담아온다. 3일간의 간식 준비 완료라며 계획성 있는 나를 칭찬해 주었는데. 방금 마지막 남아있던 커피를 마셔버렸다. 아직 오프는 하루가 더 남았는데 내일 서점에 다녀오면서 간식을 다시 사와야 겠다고 에버노트에 적는다. 도대체가 만족할 줄을 모르는 뱃속이다.


4. 요통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홍초가 아직도 개봉 전이다. 낑낑 대며 가져왔던 6개들이 물은 벌써 반이 없어졌는데 저 친구는 왜 아직도 가득 차 있는지 모르겠다. 웬지 억울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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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3-28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속죄 좋아하셨는데 저는 읽느라 토나오는줄ㅋㅋㅋㅋ 김중혁씨의 영향력은 대단하군요. 이런( 오래된, 100이면 100 모두 좋아하지도 않을 그런) 책을 알라딘에 24시간동안 방방 띄울 정도의 입담이라니.. 뭐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이 얘길 하려고 덧글을 달기 시작한게아닌데 본론은 잊고 말아버린 만취상태의 포겟이었습니다.. ㅋㅋ

앗! 생각남 ㅋ
백귀야행 음에 비해 양은 좀 읽을만 한가요? (혹시 음을 읽으셨단 전제 하에..) 전 음은 영 힘들어서요. ㅠㅠ 엠브리오기담은 집에 도착하기 직전인데 소문대로 괜찮은가요? 안괜찮다 하셔도 읽을 두 책입니다만.. ^^

다락방 2014-03-28 08:10   좋아요 0 | URL
여기서 막 내 얘기 나오니까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속죄>랑 <체실 비치에서> 괜찮았어요. 속죄가 충격적이라면 체실비치에서는 자꾸 생각난다고 해야하나..암튼 둘다 여운이 있죠. 다만 이언 매큐언의 단편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은 진짜 힘들었어요. 이 책을 누구 빌려줬는지 팔았는지 여튼 지금 제겐 없는데, 이 책에 나오는 단편은 너무 충격적이어서...정말 누구에게도 권할 수가 없다능... ㅠㅠ

정말 이동진이 대단하긴하네요..

버벌 2014-03-28 17:04   좋아요 0 | URL
저는 알라딘에서 빨간책방에 나온 속죄라고 뜨길래. 순간. 아니 이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아는거지? 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백귀야행양은 아직 읽지 않았어요. 더불어 백귀야행음도 엠브리오도 아직인데 옆으로 밀어놓은 것은 읽으려고 놔두었는데 황천기담 읽고 나니 비슷한 제목이 보여서 그냥 치워놨다는 이야기였어요. 다른게 더 읽고싶어서요. 지금은 마의산을 잡고 있는데. 아 진짜.. 너무... 마의산 넘기면 속죄는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쉽게 읽혀지지 않는건지요. 마의산 잡고 있는 와중에 벌써 다른 책을 세권이나 끝냈어요(황천기담도 그중 하나입니다만....)

잘 지내십니까 ^^

다락방 2014-03-2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죄>는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집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요. 흐음..

버벌 2014-03-28 17:08   좋아요 0 | URL
앞으로 쓸 페이지에도 락방님이 종종 등잘 할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죄와 체실비치 둘다 가지고 있어요. 김중혁 작가님은 속죄 말고 이언 매큐언의 다른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체실비치에서를 꼽더군요. 체실비치는 예전~~~ 에 샀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어요. 그게 언제가 될지. 그래도 하루키 보다는 일찍 읽힐것 같습니다만....

또 하나 다락방님이 올려준 글에 "시계태엽오렌지"를 보고 비블리아를 구입하고, 시계태엽도 담는데.
역시나 알람이 뜨더라구요. 시계태엽에서. 어디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데.

아 이를 우짜노.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