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전히 두드러기는 돋고 있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춰 음식관리를 안하면 바로 복수를 한다. 이참에 살을 빼면 되겠네. 팀장님 말에 흐응~ 콧 소리를 냈다. 그리고 짜증을 냈다. 누구든 제 걱정 좀 해주세요. 후배가 근 3달을 두드러기때문에 고생을 하는데 걱정된다는 소리를 들어보질 못했어요. 왜 다들 살 이야기만 하는거죠? 그래서 몇 키로가 빠졌는데? 팀장님이 묻는다. 나는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는데! 나는 화가 단단히 났음을 깡총 깡총 뛰며 온 몸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2키로? 그거보세요. 옆에 선배가 말한다. 3개월 고생했는데 겨우 2키로에요. 드디어 이 녀석도 굶어서 빠질 나이는 지난거에요. "더이상" 말이에요. 난 깡총 깡총 더 높이 뛰었다. 이젠 "더이상" 굶어서 빠지지 않은 단단한 살들을 가져버린 나에게 화가나서.  

 

2. 

여동생이 11월에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난 "더이상" 굶어서 살이 빠지지도 않는 슬픈 사람인데 노처녀 히스테리로 보일까봐 "더이상" 여동생에게 짜증도 못 내는 두드러기가 돋은 더~ 슬픈 사람이 되어버렸다. 여동생이 남동생에게 묻는다. 신혼여행을 파리로 가고 싶다고. 만약 가게 된다면 같이 가겠느냐고? 남동생은 당연히 거절한다. 말도 안돼~~ 하지만 옆에 듣고 있던 난 귀가 솔깃하다. 이럴땐 어떻게 신혼여행을 따라가냐? 물으며 고개를 젓는 남동생이 정답일텐데. 난 본능이 앞서고야 말았다. 난 "더이상" 짜증도, 굶어서 살도 빠지지 않는 슬픈 사람인데 눈치는 밥 말아 먹은지 오래 된 얼굴 두꺼운 슬픈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래도 돼? 염치없이 묻고 만다. 망설임도 없이. 내가 갈께. 내가 가도 되나?  

여동생의 말이 진심이었는지 그냥 해 본 소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 대답에 약간의 시간을 두고 응. 상관없지. 오빠가 괜찮다고 하면 가자. 분명히 괜찮다고 할꺼야. 라고 대답을 한다. 분명히 당황했다. 난 그걸 알았는데 모른체 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주먹을 불끈쥐었다. 그리고 출근해서 팀장님에게 11월에 휴가를 내도 되느냐 물을 것이다. 여동생 신혼여행을 따라가겠다고. 일단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파리로 간다면 나는 기필코 따라간다. 난 자존심도 없고, 염치도 따라서 가출했다.  

 

3. 

월급이 나와서 책 결제를 했다. 보관함에 담아 두었던 것과 여기저기 페이퍼로 알게 된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카드를 긁는다. 쉬익~ (인터넷 결제니까 실제로는 띵똥) 결제 시간이 9시전이었는데 이 시간이면 당일 배송이 된다고 문구가 뜬다. 지방에 있는 난 당연히 안 올줄 알았다. 왜? 지방이니까. 그런데 오후 5시가 넘어 택배가 왔다고 벨이 울린다. 응? 문을 열었더니 보기에도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상자를 들고, 택배원이 원망의 눈초리를 보낸다. 감사합니다. 택배 상자를 받아들며 허이차~ 기합을 넣는다. 거실에 내려놓고, 테이프를 뜯고, 알라딘에 감사하며, 책 읽으며 마실 커피물을 끊이기 시작했다. 영수증을 보고 뒷목을 잡고, 결제된 할부에 그나마 나눈다고 할부도 길게 나눴네. 쓴웃음을 짓고. 아니지 내가 지금 카드 한도를 꽉꽉 채워놔서 더이상 쓰지도 못하는데. 다음 카드 갱신까지는 2주가 남았다. 지금 남아있는 현금이? 이번달 결혼식은 두건이고, 다달이 내던 회비가 내가 4달이 밀렸으니까? 음음. 화장품이 거의 떨어졌... 어? 화장실에 여성용품도 다 떨어졌.... 어? 가만? 가만? 가만? 가만?   

 

4. 

최근에 읽은 책들. 

 

 

 

 

감상은 머리가 좀 개인 후에. 

읽고 있는 책들. 



 

 

 

여동생이 필리핀으로 놀러갔다. 가는 길에 여행용으로 가벼운 책을 원하는 그녀에게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줬다. 영화로 봤다는 그녀에게 그냥 봐! 라고 했다. "벌집에 키스하기" 정도가 여행
 용으로 딱 좋을것 같다는 그녀에게 그냥 가져가! 라고 했다. "미국의 송어낚시" 어때? 묻는 그녀에게
 너 결코 그거 다 못 읽는다. 그냥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가져가라고. 짜증을 냈다.
 난 이 책을 전혀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아주 가볍지도 않고, 질리지도 않게 읽었다.
 머뭇거리는 여동생에게 물었다. 그거 읽었어? 아니. 그럼 뭘 고민해? 그냥 가져가라니까.
 여동생은 마지못해 책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아쉬운 눈으로 새벽차를 타러 집을 나간다.   
 난 이책은 여행용으로 딱 좋다고 생각했다. 
 
여동생이 돌아와서 다 읽지 못 했고, 재미없었어. 라는 말을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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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05 0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깡총 깡총 뛰는 버벌님이 예쁠 것이다라고 상상하는 저는 이상한건가요?? 암튼 신혼여행을 가는 여동생을 따라가는 버벌님의 마음 이해해요. 저도 파리라면 따라 갔을거에요. -.- 그런 기회를 놓치기에는 인생이 짧잖아요.

결제하신 책 중 고양이 대학살은 저도 읽은 책인데요. 전 좀 어렵더라구요. ^^ 즐거운 독서하시기를 깡총 깡총 뛰시면서 푸훗!

버벌 2011-06-07 02:56   좋아요 0 | URL
이상하지 않아요. 전혀요. 나 예쁠... 지도 모르거든요. (아아악~~~~~) 고양이 대학살은 이번이 아니라 산지가 좀 오래되었어요. 예전에 날림으로 한번 봤는데 저도 어려웠답니다. 최근에 새로운 책들도 보고있지만 책장을 둘러보면서 읽은 책들중 손에 잡히면 다시 읽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렇게 잡고 있는게 고양이 대학살과 강철군화인데. 진도가 잘 안나가요. 분명히 읽었는데.... 그때는 어떻게 읽었지?


다락방 2011-06-0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에요. 여행길에서 그 책을 읽게 된 동생은 아아, 이래서 언니가 나에게 이 책을 가져가라고 했구나, 라고 깨닫게 될거에요. 역시 우리언니는 멋져, 라는 생각도 동시에 할테구요. 특히 장미꽃잎으로 만든 요리를 먹은 주인공의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때는 어서 빨리 신혼밤이 찾아오면 좋을거라는 기대도 하게 될것 같아요. 샤워하던 중에 온 몸의 열기로 불타오를 것 같아서 발가벗고 뛰던 그 여자를, 멀리서부터 말을 달려와 그 언니를 낚아채서 말 위에 태웠던 그 장교를, 그들의 사랑을, 동생은 아마도 읽으며 가슴속 가득 열정과 사랑을 담을 수 있게 될거에요.

버벌님, 정말 훌륭한 선택이에요. 새로이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도 또한 사랑을 더욱 굳건히 가꿔나가려는 사람에게도, 저 책을 추천하는건 정말 똑똑한 행위에요. 잘했어요.

버벌 2011-06-07 03:03   좋아요 0 | URL
욱. 칭찬 받았다아~~~~ 민음사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은 비교적 초반에 읽었습니다. 1984와 함께 세계문학은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준 책이죠. 부디 여동생이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요. ㅎㅎ 새로이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인 저 역시 (물론 상대방이 없지만)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가슴 속 가득 열정과 사랑을 담겼는데. 그래도 혼자면 너무 슬프겠다아~ ㅠㅠ